시민이 참여하고 주인이 되는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 출범한 지방자치제. 올해로 시행 16년째를 맞았지만 민의가 반영돼 자리잡기는 커녕, 잇따른 자치단체장들의 부정부패가 곪아 터지면서 준비 안 된 지자체를 성급하게 시행해 비리가 예고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지자체 제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점검해 보기로 한다.[편집자 주]ㆍ
<上>지역 토착 비리
유럽과 일본의 경우 지자체 체제가 확립되기까지 10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들 나라들이 민의를 반영, 오늘날 지역민들 속에 뿌리 내릴수 있었던것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냉엄한 법의 잣대를 들이댓기 때문이다. 가장 특징적인 부문은 임기 후에 벌어진 지자체장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끝까지 처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당의 공천을 받고 당선되면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12년간 보장되는 임기 내에 책임질 수 없는 온갖 사업을 펼쳐놓고 임기가 끝나면 무책임하게 자리를 떠나기 일쑤다.
특히 지자체장들의 비리는 일상화를 넘어 보편화가 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결국 지난해 가히 충격적인 지자체장 비리가 터지는 등 일부 지자체장들은 민의를 저버린채 온갖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그중 이대협 전 성남시장 일가는 임기 중 택지개발지수의 수의계약 분양에 따른 뇌물 수수와 영수증 조작을 통한 업무추진비 횡령 등 시장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가 총망라된 케이스. 성남경찰서가 최근 이 전 시장의 분당아파트 압수수색 때 쏟아져 나온 명품들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1200만원짜리 로열살루트 위스키와 150만원짜리 38년산 로열살루트 위스키 3병 등 고가 양주만 수십 병이 나왔다.
8000만원에 해당하는 달러와 엔화 그리고 원화도 나왔고 명품 가방 30여 개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전 시장 일가의 뇌물액수는 약 1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오현섭 전 여수시장, 민종기 전 당진군수 역시 비리 협의로 구속됐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1995년 출범한 이후 민선 5기 시대로 접어 들었지만 토착비리가 줄어 들기는 커녕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시민들의 분노는 날로 커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민선 4기 임기를 마친 전국의 시군구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무려 절반가량인 113명(49%)이 검찰에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감시해야할 지방의원들의 비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비리행위로 처벌된 지방의원이 광역 71명, 기초 155명 등 모두 226명에 달한다
지자체장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공천헌금을 포함한 고비용 선거풍토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돈을 많이 쓰고 당선되면 본전을 뽑아야 하고, 그런 연유로 부정비리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단체장의 막강한 영향력까지 더해지면서 이권개입이 뇌물 고리를 만들어 부패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 되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절반 가량이 비리 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머지 절반의 지자체장 역시 우리가 믿어도 되는 수준일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가질 않는다”며 지자체장들의 각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