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들의‘돈을 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현금 위주로 사용했던 과거 소비패던이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바뀌었으며, 이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카드의 수도 증가했다. 반면 저축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들의 금융소비 생활을 엿봤다.
◇월급 소진 빠르다(?) =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두번 자신의 월급이 매우 빨리 소진된다고 느낀 것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이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13000명을 무작위 선정해 실시한 ‘직장인 월급생활 형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세 명 중 한명(36.9%)은 급요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잔액이 거의 바닥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급여일 이후 정기이체가 이뤄지고 약 11일이면 직장인들의 월급통장이 평균 잔액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신용카드 결제대금, 공과금, 보험료 등 이체 완료 후 평균 잔액은 124만이었고, 평균 잔액이 100만원 이상인 직장인은 전체 급여생활자의 29.7%를 치자했다.
◇부동의‘결제수단 1위’신용카드 = 가장 변화된 금융소비트렌드는 카드의 보편화다. 아직까지 현금의 사용비중이 높지만 현금을 제외한 부동의 ‘결제수단 1위’는 신용카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경제활동인구는 2499만3000명, 발급카드는 1억1494만5000장으로 1인당 평균 보유카드가 4.59장에 달한다.
SC제일은행의 조사에서도 직장인들의 대부분(93.9%)이 신용카드를 1개 이상 소유하고 있었으며 그 중 67.1%는 실제 사용하는 신용카드가 3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지출부문에서 카드 이용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3분기 56.1%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민간소비지출 457조원 가운데 카드이용액(현금서비스, 기업구매카드 실적은 제외)은 256조원에 달했다.
특히 신용카드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세대는 중학생 이상 자녀를 양육하는 35~44세 부모 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카드 이용률은 92.9%에 이르렀으며 자신들의 전체 결제액 중 53.6%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등록금, 관리비에 카드 수요 높아 = 그렇다면 이렇게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빠져나간 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소비 품목별로 보면 식료품·생필품이 전체 사용액 중 17.1%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공과금(12.6%), 유아·교육(11.8%), 보험료(10.6%), 음식점(10.1%), 주유(7.1%)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용카드 이용률이 20% 이하인 ‘신용카드 무풍지대’도 여럿 있었다. 종교단체 기부금(0%), 경조사비(0.9%), 관리비(11.2%), 세금(14.2%), 공공요금(10.5%), 보험료(15.2%), 등록금(20%)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 중에서도 등록금, 관리비, 세금은 향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싶은 의향을 나타냈다”며 “1회당 결제금액이 높음에도 신용카드를 잘 이용하지 않는 분야로 활성화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 금융상품 정보 습득‘미흡’= 금융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 등에 변화가 오면서 노후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의 63.8%가 미래를 위해 재정 계획을 갖고 있으며 목돈이 필요한 시점에 대비해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경우도 61.6%에 달했다. 또한 60.8%는 계획된 예산 범위 내에서 소비를 한다고 응답해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한 준비를 절처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신이 가입한 금융 상품 특성에 대해선 세명 중 한명(32%)만이 자세히 알고 있다고 응답해 정보 습득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1인당 평균 1456만원의 부채를 갖고 있는 가운데 가구당 평균 부채는 4263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7.6%인 2884만원은 금융기관 부채였고 전·월세 임대보증금은 1380만원으로 전체 부채의 32.4%를 차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주택과 토지 등을 늘려 실물자산 비중은 늘어나는 반면 저축액 등 금융자산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0세 미만의 경우 보유자산 가운데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은 44.3%에 불과했지만 60세 이상의 경우 87.1%까지 치솟았다. 부동산을 노후 대책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두드러져 60세 이상의 경우 부채 가운데 임대보증금 비중이 48.4%로 절반 가까이나 됐다.
또한 가구별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50대에 최고치에 이른 후 노년층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50대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는 6068만원으로 금융자산(6909만원) 대비 비율은 0.88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30세 미만의 이 비율은 0.37이었고, 30대 0.68, 40대 0.72 이후 50대 최고치에 달한 후 60세 이상은 0.82로 소폭 줄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은 1988년 24.7%에 이르렀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락하기 시작해 2009년 3.2%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