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인해 헤지펀드 업계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거시 경제전망에 따라 투자하는 매크로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들이 늘어나면서 투자흐름이 유사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헤지펀드 수익률이 뉴욕증시의 대표적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를 밑돌면서 글로벌 헤지펀드들간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헤지펀드정보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지난해 헤지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10.4%로 S&P500지수의 15%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헤지펀드 수익률이 주춤하게 된 것은 금융위기로 헤지펀드들간 동조화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과거처럼 투자기회를 적극 발굴해 막대한 수익을 노리기 보다 거시 경제전망에 따른 안정적인 투자전략을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니콜라스 볼렌 밴더빌트대 재정학교수는 "매크로전략을 펼치는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시장을 주도하면서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한 후 고평가 주식을 공매도하는 주식집중형 헤지펀드의 활동이 미미했다"며 "헤지펀드간 동조화 현상이 일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 사이에도 뚜렷한 동조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뉴욕소재의 유명 헤지펀드업체인 타이거매니지먼트에 연계된 10개의 헤지펀드들은 지난 5월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업체 주식을 일제히 매도하면서 양사의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유망 주식도 비슷하게 보유한다.
금융정보업체인 알파클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200개 헤지펀드들 중 55곳이 애플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당시 유망 정보기술(IT)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식을 보유한 헤지펀드는 34곳에 불과했다.
헤지펀드들의 동조화 현상에 미국의 규제당국은 바싹 긴장하며 헤지펀드간 담합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은 전했다.
그리스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촉발되던 지난해 상반기 미국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유로화 가치 급락과 관련해 일부 헤지펀드들의 담합 협의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헤지펀드들 간의 이른바 ‘아이디어 만찬(Idea dinner)’이라고 불리는 모임에 대해 집중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뉴욕 맨해튼에서 1시간40분 동안 진행된 아이디어 만찬에서 유명 헤지펀드 관계자들이 모여 달러당 1유로까지 하락할 것이란 얘기까지 주고 받은 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헤지펀드들이 유로화 폭락 쪽으로 거액의 베팅을 하자고 서로 부추겼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동조화를 통해 올해 헤지펀드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랜달 딜라드 라이온게이트 수석투자책임자는 "올해 헤지펀드 전망은 지난해에 비해 밝다"며 "변동성이 여전히 높겠지만 지난해 5월과 6월처럼 등락폭이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수처럼 특수한 기업환경에 따라 투자하는 이벤트추종 전략의 헤지펀드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일 전망이다.
리사 프리드만 파암코 유럽리서치대표는 "시장의 방향보다는 다양한 이벤트에 따라 기회를 엿보는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