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시민혁명이 이집트를 넘어 예멘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독재자인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좇아낸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만명에 달하는 예멘 시위자들은 27일(현지시간) 수도 사나에 모여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튀니지 시위대보다 강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대통령 교체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등 국민의 생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살레 대통령의 30년 이상 장기 집권하에 가난과 부패에 찌든 예멘이들에게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과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자극제가 된 것이다.
예멘은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에 높은 실업률로 홍역을 치르고 있으며 인구의 절반이 15세 이하로 하루 평균 2달러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예멘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그늘에 가려 아랍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30년간 장기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 사태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정적이자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전격 귀국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민주화 세력의 구심적 역할을 해온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귀국 후 “우리가 변화를 요구했으나 현 정권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이제 두려움의 장벽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는 오스트리아 빈을 떠나기 전 “무바라 대통령이 이제 사임해야 할 때”라면서 “이집트 정부는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시위대의 민주화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시위 확산에 이집트의 금융시장은 공황 상태를 맞았다.
이집트 증시 벤치마크인 EGX30지수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11% 급락한 5646.5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채권시장도 출렁였다. 국채 수익률은 전거래일에 비해 30bp(베이시스 포인트, 1bp=0.01%) 오른 375를 기록, 2009년 5월 이래 최고로 치솟았다.
이집트 파운드화도 미 달러화에 대해 6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미 달러·이집트 파운드 환율은 5.8584파운드로 2005년 1월 이래 최저로 빠졌다.
재스민 혁명으로 벤알리 전 대통령 축출한 튀니지에서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독재 잔재 청산을 요구하며 닷새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