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6일째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가 날로 거세지면서 향후 중동 정세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슬람권 국가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등 지난 30여년간 중동지역 평화에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로 장기 집권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고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그 동안 유지된 중동 정세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더불어 중동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국익을 지지해줄 수 있는 대표적 우방국이지만 반정부 시위로 지정학적 세력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선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이스라엘에서는 적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강박 관념으로 군사력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아랍권과 갈등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집트는 미국으로부터 매년 거액의 경제, 군사 원조를 받으면서 중동에서 가장 현대화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국이나 서방국은 이번 이집트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집트 정국의 향배에 가장 민감한 국가 중 하나로 이스라엘을 꼽고 있다. 이번 시위로 비교적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 대(對) 이집트 정책은 물론 중동 정책까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노심초사하기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중동 지역의 흔치 않은 동맹인 무바라크 정권과 관계를 바탕으로 중동 정책을 펴왔다.
전문가들은 국제 사회가 중동의 평화를 바라고 있다면서 이 지역 안정의 상징과도 같은 이집트 정권 붕괴로 중동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이어 이집트에서도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할 경우 중동 지역의 독재체제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랍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지목되는 예멘에서는 최근 대학생들이 수도 사나와 남부 아덴을 중심으로 32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알제리와 요르단에서는 식료 가격 폭등과 높은 실업률에 항의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리비아에서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튀니지 사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났다.
군주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회기반시설 조성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져 수십 명이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30년간 집권한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마저 밀려날 경우, 중동 지역의 다른 독재자들은 한층 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각국은 이같은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소득세를 절반으로 줄이고 필수품 가격을 통제하는 동시에 인권운동가를 석방했다.
사미르 리파이 요르단 총리는 생필품에 대해 5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긴급 배정하는 등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에 급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