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2.11 전·월세 대책’은 실효성이 전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은 정부가 과연 전세대란을 진정시키려는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는 싸늘한 반응이다.
치솟는 전셋값에 굴복하며 한달도 채 안된 시점에서 보완 대책을 내놓았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연장 등 알맹이가 빠져 있어 전·월세난이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번 2.11 전·월세 대책은 1.13 대책의 후속조치를 조속히 추진하고 서민 전세자금 지원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만이 담겨있다.
시장에서는 △DTI규제완화 연장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 △미분양주택 매입시 양도소득세 및 취등록세 감면 등에 대한 추가 연장을 기대했지만 이번 대책에서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1.13 대책에서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받던 △전세자금 금리 추가 인하 △지원액 확대 등 세입자 부담 완화 △ 다가구매입·전세임대주택 조기공급 △민간소형·임대주택 건립자금 지원 등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그대로 담아낸 것은 재탕·삼탕의 보여주기식 졸속 정책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2.11 전·월세 대책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잠재 주택 수요자들이 금리부담에다 집값 상승 기대감의 저하 등으로 인해 집을 사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은 세입자에 대한 지원이 소극적인데다, 주택매매 활성화를 살리지 못해 전세로 눌러 앉게 하는 결과만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 부실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계부채로 인해 정부가 이번 대책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전·월세난으로 볼 때 이번 대책만으로는 급등하는 전·월셋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전·월세난이 심각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20개월이 넘도록 14.7%나 급등했다. 가구당 평균 2000만원 정도가 증가한 것이다. 전셋값이 꾸준하게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잠재 수요자들이 전세에 눌러있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PB는“부동산시장에서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실수요자들은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데다 만약 금리까지 인상하면 가계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해 매매로 이어지지 않게 되고 전세난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월세난을 잡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주택을 살 능력이 있는 수요자들에게 집을 사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제대로된 전·월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13 대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2.11 대책 역시 전·월세난을 절대 잡을 수 없다고 꼬집는다. 1.13대책과 2.11 대책으로 당장 치솟는 전셋값이 잡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전·월세 대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이번 2.11 대책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지는 못하더라도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손질하거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미분양주택 매입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등 잠재 수요층이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은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