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사임으로 미국이 기로에 서게 됐다.
친미파였던 무바라크의 퇴진으로 미국의 중동전략 핵심축이었던 이집트의 상황이 앞을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지난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후 중동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대립을 효과적으로 조율해왔다.
이집트는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협력자 역할도 담당했다.
무바라크 정권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이집트로 이송한 테러 혐의자 심문을 지원하고 각종 대테러 정보를 미국에 제공했다.
이집트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온건하고 친서방적인 아랍국가의 중심역할을 하고 이를 요르단과 모로코 등 다른 국가들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대중동전략이 이뤄져 왔다.
미국은 이들 아랍 독재정권에게 민주주의를 강요하지 않는 대신 각국의 미국에 대한 지지와 중동지역의 안정을 그 대가로 받았던 것이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시민혁명 성공으로 미국은 중동전략을 전면 재수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지난 1979년 이란 혁명처럼 미국의 확고한 동맹이었던 이집트 독재정권이 무너진 것은 미국의 중동정책이 실패했다는 뚜렷한 신호라고 풀이했다.
미국이 이집트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이 정권을 잡는 것이다.
지난 1979년 이란 혁명과 2006년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하마스의 총선 승리 등으로 아랍과 이스라엘의 대립과 갈등이 더욱 격화됐다.
이집트에서도 최대 야권단체이며 수니파 근본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1928년 세워졌고 2005년 총선에서는 전체 하원 의석의 20%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의 피터 킹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면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무슬림형제단의 정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슬림형제단은 아직까지는 폭력을 주장하고 있지 않지만 테러리스트들과의 교류를 하고 있다”면서 “쿠바와 이란을 장악한 혁명세력들도 처음에는 민주주의를 주장했지만 결론은 독재로 흘렀다”고 덧붙였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화 혁명을 이끈 사람들은 실업과 부패에 분노하는 보통사람들이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존 치프먼 소장은 “이집트에서 무바라크의 대안이 이슬람주의자라는 주장은 철 지난 주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9.11테러의 비극은 이집트의 감옥에서 비롯됐다면서 독재정권이 이슬람주의자들을 더욱 극단적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에이밀 나클레 전 CIA 이슬람권 정치전략 분석 책임자는 “미국이 이집트의 민주화를 인정하고 현명한 자세로 접근할 경우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