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로 ‘위기’를 맞았다.
대외적으론 원자재·곡물 가격에 이어 두바이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내부에서는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끝없이 치솟는 전셋값과 비대해지는 가계부채 등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물가급등은 5% 성장, 3% 물가 목표마저 위협하고 있어 정부는 비상체제 강화 방안 검토에 돌입했다.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 = 리비아 사태로 촉발된 두바이유 급등은 우리가 손대기조차 어려운 ‘악재 중 악재’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오름세를 보인 두바이유 국제 현물가격은 지난해 12월21일 배럴당 90달러(90.62달러)를 넘어섰고, 2개월여 만인 지난 24일 110달러(110.77달러)를 돌파했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까지 오른 2008년 당시에 비해 2주 가까이나 이르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20주 연속 상승세다.
수입물가는 지난 1월 14.1%(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1년11개월 만에 최고치다.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4.1%) 수준을 넘어 5% 선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이달까지 25개월 연속 올랐고, 가계부채는 지난해 9월 현재 무려 896조9000억 원까지 쌓였다.
◇흔들리는 5% 성장, 3% 물가 = 물가 충격은 정부가 고집을 부리며 고수하고 있는 5% 성장, 3% 물가도 뒤흔들고 있다.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환율 상승효과가 1~11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 물가는 물 건너 간 셈이다. 이미 1월 경상흑자는 2억3000만 달러로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 올해 정부 전망치는 160억 달러다.
민간 경제연구소도 경제전망을 수정작업에 착수했다. 당초 3.8% 성장을 예상했던 삼성경제연구소는 3.5% 아래로, 4.0%로 전망했던 LG경제연구소는 3% 중·후반대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배럴당 82달러로 예상한 연평균 유가전망을 90달러 이상으로, LG경제연구소는 87.7달러에서 90달러대 중·후반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정부, 비상체제 강화 방안 검토 =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잡으려고 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나 목표가 흔들리자 정부는 비상체제 강화 방안 검토에 나섰다. 현재 정부는 총괄·무역·투자·석유 등 4개 분야 태스크포스(TF)로 중동사태 비상대책반을 운영 중이지만, 사태가 더 악화될 경우 비상경제회의를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두바이유 가격을 기준으로 에너지 경보단계를 조정하고, 에너지소비 제한 조치 수준이지만, 상황에 따라 경제정책 전반에 걸친 비상계획 가동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정부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가 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유류세 인하나 서민층 에너지 보조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수준에 따른 비상대책은 지식경제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재정부는 유가 외 금융시장 동향·물가·성장률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비상계획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