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공짜 통화’와 ‘공짜 문자’가 대세다. 스마트폰 무선랜(와이파이)이나 3세대(3G)망을 이용하면 이동통신사에 통화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음성, 문자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800만명에 달하면서 휴대폰에서 무료로 음성통화·문자메시지·메신저 등을 쓸 수 있는 프로그램(앱)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공짜’라는 무기를 갖춘 애플리케이션 인기에 탄성을 자아내고 있고,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공짜’ 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심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 형성됐다.
◇스마트폰 때문에 ‘팍팍한 가계통신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8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가계의 통신비 지출 증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지출한 휴대폰 요금도 처음으로 1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2인 가구 이상)은 13만6682원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해 관련 통계를 조사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신비는 통신장비 구입과 우편 서비스를 제외한 휴대폰 통화료 등의 지출을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우리나라 음성통화 요금은 이동통신 가입자 1인당 월평균 통화시간이 180분 이상인 15개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가입자당 월 평균 음성통화 요금이 45.60달러로 15개국 월 평균보다 1.5배 이상 비쌌다.
최근 이러한 실태를 반영하듯 무료통화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늘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료로 운영되는 이동통신망보다 유무선 인터넷 통신망은 사용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이동통신망 대신 인터넷망에 접속해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쓰는 게 더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필요한 프로그램만 내려받으면 스마트폰에서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를 얼마든지 공짜로 쓸 수 있다. 실제로 시중에는 스카이프, 수다폰, 탱고, 올리브폰, 카카오톡 등 무료 통화 애플리케이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구별 없이 무료 통화와 무료 문자가 가능한 ‘올리브폰’은 출시 40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정도다. 문자를 무료로 보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7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중동 등 해외에서도 인기서비스로 떠올랐다. 문자아띠도 30만 명 이상이 가입해 돌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에는 배터리 소모가 크거나 통화품질이 떨어지는 등의 단점은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무료 통화·문자 앱 열풍…통신비 ‘0원’ 시대 올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동통신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전통적 수익 기반인 음성통화·문자 등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막으려 하는 반면 소비자들은 무료 서비스에 대한 갈증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본격화될 경우 통신업체로서는 기존에 벌어들이던 음성 통화, 문자 등의 전통적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데 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 12월 일정 수준 이하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 사용에 제한을 둬 거센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정액요금으로 산 무선데이터통화를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는 이용자 자유이고, 이미 주어진 것을 사용하는 만큼 통신망 부담도 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지난해 음성통화 매출은 전년대비 평균 10%가량 하락했다. 반면, 무선데이터 매출은 크게 늘어나 그동안 이동통신 수익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음성통화가 무선데이터의 뒤로 밀려나는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성통화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SK텔레콤. SK텔레콤이 공개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통화료 매출은 2조7450억원으로 전년대비 16%(5140억원)나 줄어들었다. KT의 경우 지난해 음성통화 매출은 1조5596억원으로 전년대비 9%(1545억원)가 줄었다. LG유플러스 역시 발신통화 매출은 8913억원으로 전년대비 7.9%(761억원), 접속통화는 5492억원으로 13.6%(862억원) 감소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스마트폰 도입으로 그 동안의 영업실적 부실을 만회한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음성통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이 매우 많을 수밖에 없으나 초기 기본요금 책정이 매우 비싸게 설정되어 있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비자의 선택권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업무적으로 통화나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를 위한 요금체계와 일반이용자를 구분하는 요금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독과점 상태의 이통시장에 새로운 기업의 진입은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 확대와 소비자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자문=한국인터넷진흥원 민경식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