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에 ‘잔인한 4월’이 예고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2008년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정부가 휘발유 값 인하를 위한 정유업계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특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초과이익공유제’로 충돌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마저 윤 장관 지원사격에 나서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유가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가 3월말에 나올 예정인 만큼 4월이 됨과 동시에 정부의 압박은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 장관은 17일 “정부가 유가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정유사들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면, 다른 정유사들은 (제대로 된) 자료를 내지도 않았다. 정부가 자료를 요구했는데 제출하지 않으면 (정유사가) 잘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유가 TF 결과를 무작정 연기하진 않겠다”고 경고했다.
지경부는 당초 TF 논의 결과를 9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별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아 발표 시기를 늦췄지만 3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란 게 지경부 안팎의 분석이다.
결국 최 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를 놓고 윤 장관과 정면충돌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윤 장관을 지원하고 나선 셈이다.
윤 장관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최 장관의 초과이익공유제 반대 입장에 기분이 상했더라도 당장 휘발유 값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최 장관의 지원사격은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 역시 지난 15일 “유가 공급의 가격 결정 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며 “소수 정유사들이 독과점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가 가격결정 체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정부도 같은 견해”라며 “석유제품 유통 과정에서 이익이 어딘가로 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달 말까지 TF를 운영해 결과를 제시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윤 장관과 최 장관 모두 3월 안에 TF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 대목에서 방점이 찍히면서 4월부터는 정유업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더욱 강력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보통 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이 ℓ당 1950원을 넘어 2008년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7일 오후 2시 현재 무연 보통휘발유의 전국 평균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1.04원 오른 1950.11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가격인 2008년 7월16일의 1950.02원을 뛰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