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20일은 오전 내내 황사가 섞인 비가 내린 탓에 공원 등 야외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인 반면 영화관, 백화점 등 실내공간에 시민 발길이 몰렸다.
특히 황사비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선 피해 우려까지 영향을 미친 듯 시내 주요 유원지에는 인파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전날 봄꽃향기 페스티벌을 시작한 서울대공원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입장객이 1천480명으로 평소 주말 방문 인원과 비교해 20분의 1에 불과했다.
대공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방이 트인 공간이고 아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황사비 때문에 건강이 우려돼 방문객이 적은 것 같다"며 "오늘 전체 입장객은 1만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어린이대공원 역시 오후 2시까지 방문객이 1만3천명으로 지난주 3만여명보다 훨씬 적었고 덕수궁 등 시내 고궁과 북한산, 관악산 등 도심 근교 산도 황사 섞인 비 탓에 방문객과 등산객 발길이 여느 휴일보다 다소 뜸했다.
명동과 인사동 등 주요 거리에는 오후 들어 날이 개면서 인파가 다시 밀려들기 시작했으나 마스크를 쓰고 나온 시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외출한 시민은 황사뿐 아니라 일본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혹시 바람을 타고 한반도까지 날아오지 않을까 적잖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남자친구와 커플 마스크를 하고 명동에 나온 전은정(23ㆍ여)씨는 "황사도 무서운데 혹시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올까 겁난다"며 "요오드가 방사선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어 요즘은 음식도 골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허용현(22)씨는 "주말마다 가판대에서 일하는데 손님을 상대하는 판매직이라 마스크를 쓸 수도 없어 걱정된다"면서 "황사야 매년 오는 거지만 방사성 물질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좀 무섭다"고 말했다.
대신 영화관이나 백화점 등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은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외출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문래동 CGV를 찾은 허범중(32)씨는 "아침에 비가 와서 황사가 좀 씻겨나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찜찜한 생각이 든다"며 "평소 기관지도 좋지 않은 편이라 밖에 멀리 나가기보다 영화나 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집에서 휴일을 보내는 중이라는 김희선(31ㆍ여ㆍ양재동)씨는 "방사선 우려에 황사까지 겹치면서 되도록 밖에 안 나가려고 한다"며 "굳이 나간다면 실내에서 밥 먹고 놀 수 있는 곳을 찾는데 오후에 백화점에나 다녀올 생각이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올해 3~5월에도 평년(5.1일)과 비슷한 빈도로 황사가 찾아오겠다고 예상했다. 기상 당국은 황사가 서쪽에서 불어오는 특성상 올해는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쪽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