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게 가더라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라."
이순우 내정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오는 24일자로 40년간 몸담았던 우리은행을 떠나는 이종휘 행장이 후배들에게 남긴 조언이다.
이 행장은 23일 서울 회현동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쉬움은 남지만 마음 편하고 기분이 좋다"며 소회를 전했다.
이 행장은 이임사에서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고객과 직원 여러분의 뜨거운 은행 사랑은 40년 은행 생활의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임기간 민영화를 이루지 못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 행장은 "민영화 문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됐으나 정부당국과 우리금융이 새로운 방법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걸로 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큰 틀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루빨리 민영화돼야 한다. 우리금융은 금융산업에서 비중이 굉장히 크다.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중심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40년 은행원 생활에서 1999년 합병 직후 재무기획부장을 2년 하면서 공적자금 투입, 감자 등 어찌나 일도 많고 힘든지 편두통을 14일간 겪은 적이 있었다. 정말 고통스럽고 쉴 여유가 없었다. 편두통이 아직까지 재발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때만큼 힘들었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도 나타냈다. 이 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 은행장에 취임해 긴축경영을 하다 보니 직원 복지나 영업추진 지원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런대로 (위기가) 잘 마무리돼가고 있어 다행스럽다"며 "정부의 지원과 임직원 및 고객이 한결같은 성원에 힘입어 지금은위기의 끝자락에 새 도약을 위한 발판 위에 섰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또 "3년간 행장으로 일하면서 과거 성장기에 이뤄진 여러 가지 투자로 인한 손실과 부실을 많이 정리한 것을 나의 업으로 생각한다. 그간 전산투자나 해외부문 투자를 소홀히 했는데 올해부터는 그간 못했던 투자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사업포트폴리오를 골고루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건강이 뒷받침되고 열정이 있고 금융 관련 자리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할 준비가 돼있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이순우 신임 우리은행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후임에 이순우 수석부행장이 내정돼 기쁘다. 밖으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내부 승진이 돼 조직이 안정되고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열정도 있고 업무 경험도 많아 훨씬 좋은 은행장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