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의 승부사 '스캘퍼',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11-03-25 09:21 수정 2011-03-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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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출신 대다수...수백억 굴리며 시장 쥐락펴락

‘초단타매매를 통한 하루 억대 수익,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를 앞서는 속도와 전략, 50%가 넘는 거래대금을 차지하는 1% 미만 투자자’ ELW(주식워런트증권)시장의 슈퍼메뚜기로 불리는 스캘퍼가 연일 증권가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지난 23일과 24일, 이틀간 증권가 10곳을 상대로 스캘퍼와 증권사간의 유착관계, 불법거래 등을 조사하기 위해 ELW거래내역과 회계장부 등 각종 전산자료를 압수했다는 소식에 이들의 정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스캘퍼들은 최근 ELW시장뿐만이 아니라 전체 주식시장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이 구사하는 전략은 주식 보유시간을 초단위로 짧게 잡아 하루 수백 번씩 주식 거래를 하며 박리다매식으로 매매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때문에 스캘퍼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기적인 가격과 수급변동이다. 주로 거래량이 많고 가격 변화가 빠른 주식종목에서 이뤄진다.

특히 매매자가 다양한 선물·옵션과 달리 ELW시장은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가 주로 호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공략이 쉽다는 평가다. 스캘퍼들은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기초자산 변동을 감지한 후 LP의 예상 호가를 앞서 계산한다. 호가가 오를 것 같으면 미리 사놓고 실제로 오르면 바로 팔아치우는 식이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스캘퍼들은 많은 양의 거래를 함으로써 시장의 유동성을 제공하며 그들의 거래활동은 다른 시장참여자들의 매매를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수십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초단위로 치고 빠지는 투기성 매매로 시장질서를 뒤흔들고, 증권사와 유착관계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시장의 독(毒)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검찰의 수사에 대해 시장이 주목하는 점은 스캘퍼와 증권사간의 유착관계이다. 증권사가들이 일반타자들보다 몇 십배나 큰 수억원대 거래를 하는 스캘퍼들에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이 일반 투자자들도 몇십배나 큰 규모로 운영하는 스켈퍼들에게 더욱 빠른 속도로 매매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약정금액의 일부분을 떼어주는 등 과거 혜택을 준 적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조사는 증권사들이 단말기를 통해 스캘퍼에게 특혜를 제공한 불공정 거래를 입증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속도 기법 등에서 여러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파생상품팀 담당자는 "주문이 들어갈 때 확인해야 하는 안전 관련 점검 항목을 줄여주거나,전산 라인을 적게 거치도록 하면 0.01초 단위로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ELW시장 초기에 LP나 전산 시스템을 개발했던 담당자들이 퇴직 후 스캘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시장구조나 증권사 시스템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이같은 전략을 구사하기가 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ELW시장에서 2009년 개인투자자들이 5186억 원의 손실을 보는 동안 증권사는 1789억 원을, 스캘퍼는 1043억 원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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