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족을 이유로 검토가 중단됐던 지적 재조사 사업이 재추진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3조7000억원대에 이르는 사업비를 항공사진측량 등 신기술을 도입해 절반인 1조8000억원대로 축소하기로 했다.
사업추진은 4월 정기국회에 의원입법 형태의 특별법 제정안을 상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토해양부와 대한지적공사는 전국 3천715만7천여필지의 지적도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지적 재조사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지적도는 토지의 소재지, 지번(地番), 지목(地目), 경계 따위를 나타내는 평면 지도로 현재 쓰이는 지적도는 1919년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제병합하면서 만든 것이다.
이번에 지적 재조사 사업이 시작되면 지적도를 사실상 100여 년 만에 전면 손질하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부가 지적 재조사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기존 지적도와 실제 땅의 생김새나 크기가 다른 '측량 불일치 토지(지적불부합지)'가 많아 소송 등 분쟁이 빈발하고 있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같은 측량 불일치 토지는 전체 필지의 14.8%(550만 필지), 전 국토면적의 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도와 실제 토지가 달라 토지 경계를 확인하기 위한 경계복원측량 비용으로 연간 770억원이 쓰이고, 엉터리 지적도로 인해 방치된 국유지도 4억㎡가 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하고 있다.
지적도가 새로 제작되면 원래 땅 문서에 나와 있는 넓이가 새로 측량한 넓이와 다를 경우에 땅 주인은 늘어난 면적만큼의 땅값을 국가에 내거나, 줄어든 만큼을 보상받게 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예산 확보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의뢰했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 평가 결과 종합평가(AHP) 점수가 0.363으로 통과 기준(0.5)에 다소 못 미쳐 사업 진행이 좌절됐다.
KDI는 지적 재조사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토부가 제시한 3조7천407억원에 달하는 전체 사업비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국토부와 지적공사는 이에 따라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KDI가 제안한 항공사진측량을 지상측량과 병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 경우 인력과 비용, 사업기간 등을 줄일 수 있어 애초 계획 사업비의 49% 선인 1조8424억원이면 재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조8000억원으로 줄이면 예비타당성(예타)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원활한 예산 확보를 위해 전수 조사를 하지 않고 측량 불일치 토지만 우선 시행하면 1조원 미만에서 재조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우선 다음 달 중순에 완료되는 '지적재조사사업 기반조성 연구용역'에서 KDI의 분석 내용과 정책제언 등을 바탕으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항공사진 측량의 활용 방안을 검토해 별도의 시범사업을 할 방침이다.
또 지적불부합지를 우선 재조사하고 시가지와 농경지, 임야지역 순으로 측량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지적공사는 이 방식은 사업 대상지가 지역별로 산재해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지역별로 측량을 추진하되, '농경지→시가지→지적불부합지' 순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조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특별법 제정도 추진된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적 재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4월 국회에 발의하기로 하고 이달 30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지적 재조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특별법에는 지적 재조사 사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국토부 장관이 사업 기본계획을, 지적공사가 실시계획을 수립하고 토지소유자 협의회를 구성해 사업에 참여시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특별법이 4월 국회에 상정되면 이르면 연내 법 제정이 마무리되고, 내년 이후 재조사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공호상 국토연구원 센터장은 "지적 재조사의 경제성은 사회갈등 조정, 지적제도 선진화, 행정선진화, 디지털지적도 유통, 선진 지적 시스템 해외수출 효과 등을 합해 약 10조원에 달한다"며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지적 재조사 사업이 하루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