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남도 들판 어루만지며 열차가 달린다

입력 2011-03-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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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완행열차 여행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경전선은 오래된 철도라 느릿하고 구불거리지만 녹차와 보리의 초록 봄을 감상할 수 있는 열차 밖 풍경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경전선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는 철도인데, 일제시대에 건설되어 오래된 철도라 그 길이 구불거리고 느릿느릿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경전선 완행열차를 찾게 된다. 완행열차만의 낭만을 느끼려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하여 녹차와 보리의 초록 봄을 선사해줄 보성으로 여정에 오른다.

순천행 열차를 떨리는 가슴으로 기다리고 있자니 봄 햇살을 가득 실은 네 칸짜리 열차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시속 300km 속도의 KTX열차와 비교하면 느리고 초라해 보이지만 남도의 들판을 어루만지며 달려 온 네 칸짜리 꼬마기차는 거침없고 당당하다.

열차가 남쪽을 향해 달리다 보성역, 득량역을 지나 조성역으로 향할 때 미끄러지듯 몸을 틀어 동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왼편으로는 작은 마을들이 이어지고 오른편으로는 초록 보리밭이 가득 매운 득량만 간척지의 모습이 펼쳐진다. 간척지에는 동쪽의 고흥반도와 보성을 연결하는 길이 약 5km의 방조제가 시원스레 이어지고 그 안쪽으로 오랜 세월 고마운 식량이 되어 준 곡식이 심겨져 있다. 임진왜란 당시 군수식량을 모아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하여 ‘득량’이라는 이름을 얻은 마을이다.

드넓은 보리밭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득량만 방조제 위를 걷는 것이다. 방조제 길을 따라 왼쪽에 수로가 이어지고 갈대가 우거져 운치가 있다. 또, 갈대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어 기차 여행자나 해안도로로 드라이브해 오는 방문객에게 또 다른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보성 강골마을 고택
득량만의 또 다른 명소는 강골마을이다. 영화 서편제와 태백산맥, TV 예능프로그램 등 단골 촬영지가 된 강골마을은 전통의 멋과 소박한 정서가 살아 있는 곳이다. 19세기부터 하나 둘 지어지기 시작한 약 30여 채의 한옥에는 툇마루와 댓돌에서 마당의 우물, 군불 때는 아궁이까지 우리 고유의 생활 풍경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을 내 이금재 가옥, 이용욱 가옥, 이식래 가옥, 열화정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특히, 마을 뒤편 대숲에 둘러싸인 열화정은 19세기 중엽에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정자로 100년 넘는 세월의 흔적이 깃든 강골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싸리담장을 끼고 돌길을 따라 굽이진 고샅길을 오르면 수많은 선비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논하던 멋스런 누마루와 소박한 연못,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어우러진 열화정을 만날 수 있다.

강골마을의 좁게 난 돌길, 시원스런 대숲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여유롭게 전통마을에 찾아온 봄 햇살을 즐겨보자. 저녁에는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며 마을 주민들과 정을 나누며 하룻밤을 묵을 수도 있고, 엿만들기나 다도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미리 정보를 알아 가면 더 많은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보성 녹차밭
한편, 보성의 상징인 녹차 밭이 새 옷을 갈아입는 때가 지금이다. 이백여 미터에 이르는 삼나무길을 지나 대한다원 녹차 밭으로 들어서면 코앞으로 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이정표의 안내를 따라 천천히 둘러봐도 좋고 전망대 벤치에 오랫동안 머물며 녹차 밭이 주는 평온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녹차 전망대까지 오르면 녹차 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보다 더 정상으로 향하면 바다전망대가 있는데 청명한 날이면 산 넘어 바다까지 구경가능하다. 전망대를 내려와선 녹차 한잔 혹은 녹차아이스크림을 음미해 보는 것도 어떨까.

이번에는 각종 CF와 드라마 촬영지로 잘 알려진 회천리의 녹차 밭, 제2대한다원으로 가보자. 첫 번째 밭의 경사진 모습과 달리 평지에 시원하게 펼쳐진 이 녹차 밭은 사진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촬영 포인트다.

녹차 밭 가까이서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율포 해변이다. 율포 해변은 백사장 길이가 1km 정도로 그 규모는 작지만 드넓은 갯벌과 일출에서 일몰까지 모두 볼 수 있어 한적하고 여유로운 바다 산책지로 제격이다. 게다가 보성군에서 운영하는 율포해수녹차탕에서는 녹차탕과 해수탕을 번갈아 즐기며 바다를 조망 할 수 있으니 녹차 밭을 오래 걸어 지쳤던 몸을 풀어줄 수 있다.

또한 지척에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주배경이 되었던 벌교도 있다. 벌교천을 가로지르는 무지개다리 홍교를 비롯해 소설 속 실존인물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태백산맥 문학관에는 소설 <태백산맥>의 친필원고를 비롯해 실제 사용했던 필기도구들까지 꼼꼼하게 전시되어 있고 우리나라 현대역사의 굴곡들을 그려낸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벌교의 뻘밭에서 캐낸 싱싱한 꼬막 맛을 볼 수 있으니 보성에 간다면 한번쯤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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