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유럽중앙은행(ECB)을 따라 금리인상을 단행할 지 전 세계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고용률은 유럽에 비해 여전히 낮다며 연준이 ECB의 긴축행보를 따를 수 없는 7가지 이유를 꼽았다.
먼저 미국이 받은 금융위기 충격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비해 더 크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2009년 하반기 10.1% 를 기록해 금융위기 이후 20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 실업률은 40%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3월 실업률은 8.8%로 2년래 최저로 떨어졌지만 연준목표치인 5~6%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력이 ECB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도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ECB는 유로화 도입과 함께 출범한 지 10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플레 대응능력에 대한 신뢰도는 연준에 비해 낮다. 일례로 ECB는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 달러 수준으로 치솟자 2008년 6~7월 예상을 뒤엎고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같은 조치에 상품가격은 급등했고 같은해 9월 리먼사태가 발생하자 ECB는 통화정책 기조를 급선회했다.
연준의 정책목표가 ECB와는 상이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ECB는 역내의 물가안정에만 매진하면 되지만 연준은 물가와 실업률을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2.1%로 잠정적 정책목표치인 1.6%를 밑돌고 있는 반면 유로존은 2.6%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완전고용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어도 3년간 강력한 고용창출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연준은 국제유가 급등세가 미국 경제의 주요 동력인 소비지출의 감소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준이 초점을 두는 인플레이션도 ECB와 다르다. 연준은 식품과 에너지 가격 등이 제외된 근원 인플레이션에, ECB는 모든 가격을 포함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집중한다.최근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와 지난해 부터 시작된 식품가격 랠리로 인해 ECB는 물가상승 압력을 심각하게 평가하지만 연준은 대응이 ECB에 비해 더디다. 게다가 연준은 ECB와 달리 구체적인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의 더딘 임금상승률도 연준의 긴축행보를 늦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노동조합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즉각적인 임금인상으로 이어져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지만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 유로존의 임금상승률이 1.4%를 나타낸 반면 미국의 평균 시급은 최근 4개월동안 큰 변동이 없었다.
미국과 유럽의 서로 다른 역사적 경험도 연준과 ECB가 엇갈린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럽인은 1930년대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에 따른 파시즘과 제2차대전의 악몽에 시달리는 반면 미국은 대공황이라는 경기침체의 충격으로 20%에 달하는 실업률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대공황을 연구한 학자로 당시 연준이 미국 경제가 꽤 회복되기도 전에 긴축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금리인상이 최근 인플레이션을 주도하는 국제유가 랠리를 잡을 수 있는 지도 의문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최근 유가는 신흥국의 국제원유 수요가 크게 늘고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금리 인상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연준의 판단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