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타 기업들의 특허 소송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첫 출근해 기자들과 만난 이 회장의 발언은 최근 갤럭시 S 등 자사 제품에 대해 특허 소송을 한 애플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삼성을 괴롭혀 온 업체들을 겨냥했다.
회사 내외부에서는 LCD패널 세계 1위(매출기준)·TV 세계 1위·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휴대폰 세계 2위·글로벌 환경마크 인증 1위 등 수많은 ‘1등’ 성적표를 가지는 과정에서 생긴 견제로 보고 있다.
◇ 콩고물 받으려는 해외 기업...삼성 치열한 준비=삼성전자는 그동안 특허 피소로 막대한 비용과 기회 손실을 겪었다.
지난 2004년에는 특허비용으로만 1조3000억원을 썼다. 2010년 1월에는 코닥과 진행 중인 모든 특허 소송을 취하하는데 합의하고 5억5000만달러(한화 6600억원)를 로열티로 지급했다.
삼성은 특허소송에 맞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지난 2009년에는 R&D에만 7조6000억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2002년 미국 특허 11위(1329건), 2005년 5위(1641건)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9만40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CEO인 최지성 부회장 직속기구로 지적재산(IP) 출원팀을 한 곳으로 통합해 IP센터를 설립했다. 수장으로는 안승호 부사장을 임명했다. 안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의 미국 특허 변호사다. 지난 2005년 250여명이던 IP 담당자들은 현재 450여명 수준까지 늘어났다.
또 삼성전자는 2009년과 2010년 하이닉스·대만의 TSMC·일본의 후지쯔·미국IBM 등과 특허권에 대한 `크로스 라이센스(특허 사용에 대한 상호간 허용) 계약을 체결해 악의적인 특허 소송에 공동대응에 나섰다.
◇ 애플의 삼성 소송은 최고의 칭찬=애플의 삼성에 대한 특허 소송으로 떠들썩하다. 애플의 티머시 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도를 넘었다(cross the line)’고 판단해 제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LCD와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의 최대고객이며 삼성 또한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부품 공급자”라면서도 “닷새 전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갤럭시탭이 자사 제품을 베꼈다”고 미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의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 소송 소식이 전해지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베끼기 혐의로 제소한 것이 오히려 삼성을 인정해준 격이 됐다는 뜻”이라며 “ ‘모방은 최상의 칭찬’이라는 경구에 빗대 ‘소송이야말로 최상의 칭찬’”이라고 해석했다.
태블릿 PC시장에서 최대 도전자이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지배자격인 삼성의 부상을 견제하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애플에 대한 맞소송 검토는 삼성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운용체계(OS)와 사용자 환경에 강점을 보이지만 통신표준 영역에서는 삼성의 특허가 더 많아 애플이 우리 특허를 침해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애플이 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중요한 사업 거래처지만 먼저 제소한 만큼 이번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 애플·삼성 경쟁관계인가 동맹관계인가=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을 애플에 대한 일종의 우려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출시전 휴대전화 시장에서 노키아와 1위·2위를 다투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휴대폰의 주류로 떠오르고 아이폰 시리즈가 나오면서 ‘삼성을 상대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없다’는 공식은 깨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소송에 대한 국내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에 2009년말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에 소개된 이후 애플에 대한 일종의 우려라는 또 다른 관점이 보태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애플은 많은 부품을 삼성으로부터 조달받으면서 삼성그룹과 상생 관계에 있다. 소송이 진행과정에서 양사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를 바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