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연준 역사상 첫 의장 기자회견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긍정적인 평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은 연준 역사상 최초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의장으로 기록됐지만 깜짝 놀랄만한 뉴스를 전달한 것은 아니다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전했다.
버냉키 의장은 예정대로 27일 오후 2시 15분 워싱턴의 기자 회견장에 나타나 60여명의 기자들과 마주했다. 그는 연준 출범 이후 97년동안 묵혀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꼬투리 잡히지 않을 만큼 원만하게 대응했고 돌발상황은 물론 새로운 소식도 없었다.
메시로우파이낸셜의 다이앤 수온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최초의 의장 기자회견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에 비해 새로울 것이 없는 회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의 명시적 목적은 연준의 정책결정과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버냉키 의장이 부연 설명을 하는 것이다.
특히 기자 회견 직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향후 경제성장 전망은 낮추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여 자세한 설명이 요구됐다.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3.4~3.9%에서 3.1~3.3%로 하향 조정했다. 개인소비지출 기준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2.8%로 제시해 앞서 밝힌 전망치보다 높인 것은 물론 목표치인 2%도 넘어섰다. 식품과 에너지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1.3%에서 1.3~1.6%로 올렸다.
버냉키 의장은 이같은 물가 상승 압박에도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QE3가 물가상승 압력을 높여 추가 유동성 공급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연준의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연준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FT는 지적했다.
전(前) 연준 금융담당국장인 빈센트 레인하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 경제고문은 "연준의 기자회견이 쉬운 결정이었다면 벌써 정례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최후 보루인 중앙은행의 수장은 원래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 시중의 돈줄을 죄고 푸는 역할을 맡은 중앙은행장의 말 한마디에 채권값이 급등하거나 곤두박질치기도 하며 주가나 환율 등 여타 지표들도 덩달아 춤을 추기 때문. 중앙은행 수장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언론과의 직접 접촉을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도 이래서다.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투명성 효과가 기자회견 때문에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변동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기자회견이 시장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그러나 연준이 언론에 공개할 수 있는 통화정책 결정 관련 투명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때 기자회견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 퇴임 이후 의장의 기자회견이 지속될 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데다 일년에 8회 가량 열리는 FOMC 가운데 전망치를 발표하는 4번의 회의 이후에만 기자회견을 개최해 연준과의 의사소통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