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을 찾아서]큐렉소, 수술용 로봇 '로보닥' 세계를 누벼

입력 2011-05-19 10:26 수정 2011-05-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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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분야 FDA 승인 유일…국내외 기업 잇따라 러브콜

또 적자다. 큐렉소가 지난 3월 공시한 작년 영업손실은 39억2860만원이었다. 그나마 전년 43억2772만원 손실보다는 조금 줄었다. 매출이 39억7858만원으로 20.9%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은 73억6233만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냈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큐렉소는 회사 설립 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결례인 줄 알면서도 물었다. 흑자 한 번 못 낸 회사인데, 1만2000원대를 오르내리는 주가는 거품이 아닌가? 그러나 이경훈 큐렉소 대표는 차분했다.

미국 인터그레이티드 서지컬 시스템(Integrated surgical system)은 1996년 로보닥(Robodoc)을 개발했지만 16년 동안 FDA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큐렉소는 1년을 매달려 인수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로보닥이 세계를 누빌 명품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07년 12월31일 IBM이 갖고 있던 수술용 로봇 관련 특허와 지적재산권 4만여개의 이용권을 확보한 큐렉소는 2008년 ‘정밀 자동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로보닥)’에 대한 FDA 승인을 얻어 국내외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경훈 큐렉소 대표가 큐렉소의 발전 과정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노진환 기자 myfixer@)

지금까지 로보닥은 전세계적으로 2만8000건 이상의 수술에 성공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0개 병원이 로보닥을 도입하는 등 올해까지 총 19대를 판매했다.

로보닥 본체 1대는 약 20억원에 판매되며 유지보수비는 매년 10만달러(1억원) 수준이다. 이 대표는 “마진이 30%이상”이라고 귀띔하며 “특히 바이오 분야는 판매가 한 번 이뤄지면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암수술에 주로 쓰이는 수술용 로봇 다빈치(da Vinci)의 매출액 중 소모품 비중은 현재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의료용 로봇은 FDA 승인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큐렉소가 가진 원천특허의 유효기간은 2022년까지다.

큐렉소는 앞으로 로보닥을 한국 60대, 미국 1000대 등 전세계적으로 최소 9391개 병원에 2만7000여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이런 자신감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로보닥의 기술력 덕이다. 현재 수술이 가능한 의료용 로봇 중 상용화된 것은 전세계에 다빈치, 마코플라스티(Makoplasty), 로보닥 단 3개다. 특히 로보닥은 정형외과 분야에서 FDA승인을 받은 유일한 완전 자동 로봇이다. 다빈치, 마코플라스티는 의사의 손을 따라 로봇팔이 환자의 몸 속에서 움직이는 반자동 형태다.

3대 의료용 로봇 중 유일한 한국 제품이기도 한 로보닥은 자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수립한 수술 전 계획에 따라 로봇이 뼈를 깎는다. 뼈를 깎는 것은 고도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작업이지만 사람이 직접 할 때는 손떨림 등으로 수술오차, 재수술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로보닥은 프로그래밍에 따라 처음 계획 그대로 수술되기 때문에 예후가 월등히 좋다.

▲큐렉소 연구원들이 12일 오후 분당 판교세븐벤처밸리 큐렉소 본사에서 컴퓨터 제어기를 이용해 로보닥(ROBODOC) 커팅 테스트를 위해 커터를 교체하고 있다.(노진환 기자 myfixer@)

큐렉소는 이런 특장점을 바탕으로 인도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대당 210만 달러를 받고 인도에 3대를 공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시장에 진출할 계획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5년간 100대의 판매 보증계약을 일본 코니카미놀타와 맺었다”고 전했다.

그는 “턴어라운드 시점은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상반기”라며 “최근 진행되는 자금조달 관련 계약들 이후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외 대기업들이 줄줄이 로보닥에 연락해오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아직 구체적 내용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곧 좋은 소식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경훈 대표는 이제야, 처음 질문에 답했다.

“실적과 대비하면 거품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잠재가치로 본다면 오히려 부족하다. 지금 주가에는 미래 성장가치의 극히 일부분만 선반영됐을 뿐, 최소 10만원은 되어야 한다. 의료용 로봇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선진국 사이 기술격차는 2~3년이라고 한다. 큐렉소가 없다면 그 격차는 최소 10년으로 벌어진다. 큐렉소의 기술 수준은 세계 1위다. 의료기기 시장에 여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싶다.”

대답이 길어졌지만 끊지 않았다. 문득 마켓워치(marketwatch)의 지난 5일(현지시간) 분석이 떠올랐다.

다빈치를 독점 생산하는 인튜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주가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1830% 올랐다. 같은 기간 S&P 500지수는 8% 상승하는 데 그쳤다. 2000년 9달러로 공모를 시작한 인튜티브 서지컬은 현재 주당 350달러 전후에 거래되는, 나스닥에서 가장 비싼 종목 중 하나다.

한편 18일 큐렉소 주가는 1만2800원으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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