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넷마블, 서든어택 놓고 '이전투구'

넷마블, 업계 최고 수준 계약 조건 제시…넥슨, 직접서비스 의지 강해

국내 대표 1인칭슈팅(FPS) 게임 ‘서든어택’ 판권 재협상을 둘러싸고 CJ E&M 넷마블과 게임하이의 갈등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회원수가 1800만명에 달하는 서든어택은 국내 FPS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게임하이가 개발하고 CJ E&M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0일 계약 만료를 앞두고 넷마블과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상태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까닭은 서든어택이 근래 보기 드물게 장기 흥행한 타이틀로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넷마블 매출 2400억원 중 서든어택의 매출은 539억원으로 전체의 22.4%에 달하며 게임하이는 서든어택의 매출이 전체 게임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양사 모두에게 중요한 타이틀이다.

따라서 넷마블측은 넥슨에 재협상을 호소하는 듯한 분위기이며 게임하이측은 협상결렬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보다 큰 이익을 갖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넷마블은 이번 재계약을 위해 게임하이측에 수익배분 7대 3(게임하이:넷마블), 계약금 150억원 등 업계 최고 수준의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일 김정준 게임하이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CJ E&M 넷마블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넷마블이 밝힌 조건은 지난 연말 게임하이가 제시한 조건이었고 이를 거절한 것은 넷마블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넥슨 측이 지난 12월 퍼블리싱이 아닌 채널링을 제안했고 최고 90%까지 게임하이가 수익을 가져가는 내용이었다며 게임하이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게임 데이터베이스(DB)에 관한 양사의 입장차도 확연했다. 게임하이 측은 유저들이 게임을 이용하면서 쌓은 ‘캐릭터와 관련된 정보’는 유저들의 것이므로 ‘고객 개인정보’와는 무관하게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넷마블 측은 캐릭터와 관련된 정보가 유저들의 몫이라면 넷마블과 유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서든어택 게임DB에는 회원들의 게임 내 전적이나 아이템 등이 있어 넥슨이 넷마블로부터 DB를 넘겨받지 못하면 게임 이용자들은 넥슨 홈페이지에 신규 회원가입해 처음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넥슨-게임하이 측은 넷마블이 유저들의 게임DB를 협상 카드의 하나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며 '유저 자발적 게임DB 이전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유저가 스크린샷을 찍고 인식표를 추가하는 행위를 통해 자발적으로 캐릭터 정보를 이전하는 것이다. 만약 협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스크린샷의 내용대로 캐릭터를 복구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관건은 협상의 열쇠를 쥔 넥슨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달렸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서든어택의 직접서비스 의지가 강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넷마블 측이 게임하이의 운영권한을 차단한 상태여서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넥슨이 넷마블의 게임DB를 포기하고 자사의 유저풀을 활용하거나 캐릭터와 관련된 정보를 별도 수집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CJ E&M 넷마블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넷마블이 게임하이와 넥슨에게 재계약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재계약이 안 된다면 유저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게임DB를 이전할 것이니 연장 계약 6개월을 요청한 상태이며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게임하이 관계자는 “게임하이는 협상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이 초유의 사태를 가져온 책임은 CJ E&M 측에 있다”면서 “우린 퍼블리셔가 아니라 개발사로 서든어택을 오랫동안 서비스해야 되므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CJ E&M 측이 유저들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운영권한을 차단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모든 운영툴의 접근을 차단해 버그 수정 패치와 해킹 툴에 대한 대응 패치를 전혀 진행할 수가 없다”면서 “유저들에게 심대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빠른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