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인상하면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을 올리거나 전셋집을 월세로 돌려 이자 부담을 해결하려고 한다. 결국 세입자들 주머니에서 높아진 이자가 나오는 것이다."(서울 서초구 반포동 H공인 사장)
부동산 시장이 금리인상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인들은 금리 인상분 만큼 전세보증금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주택 구매심리마져 완전히 사라지는 형국이다.
12일 수도권 부동산 중개업소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 3월 말부터 두 달 이상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세가 2주 연속 오르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 더욱 충격파가 클 전망이다.
실제로 부동산114 조사결과 서울의 주간 전세시세 변동률은 6월 첫째 주 0.02%, 둘째 주 0.03%로 본격적인 상승 국면 진입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6월 둘째 주에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평균 전셋값이 지난주에 비해 0.0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이주 수요나 학군 수요가 몰리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여름철 전셋값 상승 무드가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가운데 금리인상이라는 외부 요인이 불거져 하반기 전세난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금리인상은 전세에서 구매로 갈아타려는 이른바 전환 수요를 억제해 전세난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전셋값이 지나치게 올라 매매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 아예 집을 사려고 마음을 바꾸는 수요자가 늘어나게 되는데 대출금리가 올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2009년 7~8월에도 전세난이 있었는데 2년이 지난 올해 여름철을 맞아 다시 한번 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대출금리가 올라가 수요자들은 집을 사려는 마음을 접고 전세에 머무르려고 할 것"이라고 점쳤다.
S공인 관계자는 "주택을 살 마음이 있어야 금리인상 뉴스에 관심을 보이는데 지금은 다들 금리인상의 영향에 대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신 속으로 사지 않겠다는 마음만 더 굳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금리인상이 예상만큼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워낙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어서 금리가 올랐다고 특별히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2006년에는 금리가 더 높았는데도 거래가 잘 됐다. 지금은 워낙 침체 국면이라 금리를 따지는 손님들은 없다"고 했고, 목동 C공인 관계자도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어차피 거래가 안 된 지 몇 달이 넘어 별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향후 구매심리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주택이 투자 수단이 아니라 거주 수단이라는 관념이 강해져 시장 여건이 좋아지더라도 지금보다는 다소 나아지겠지만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주택경기가 뜨거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