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살아있는 영어교육 하려면

입력 2011-06-14 10:54 수정 2011-06-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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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린 스픽케어 대표이사

반값 등록금 집회가 한창이다. 반값 등록금 집회 만큼 이슈화되고 있진 않지만 방학을 앞두고 등록금 만큼이나 가계의 부담을 더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어학연수가 그것.

이미 대학에서 필수코스로 자리잡은 어학연수를 떠나려면 연간 약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이는 현재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의 3배에 달하는 비용이다. 이렇게 비용 부담이 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마치 당연한 과정인 것처럼 어학연수의 길을 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사업차 뉴욕에 갔을 때의 일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관광하던 중 빌딩 고층 어학원에서 수많은 젊은 한국인들을 만났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영어학원식 교육 과정을 그대로 답습한 모습에 필자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한국인의 영어교육의 실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실제로 어학연수로 효과를 본 사람들은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적극적인 마음 가짐과 영어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이는 어학연수 이후의 현지에서의 생활 패턴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통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원어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보다는 유사 인종끼리 어울려 다니는 것이 대부분이고, 오히려 한국인의 뜨거운 교육열 때문에 해외에 있는 어학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즉,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에 나간들 현지인과의 충분한 스피킹 경험을 쌓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을 가서도 한국에 있는 전화영어를 이용하거나 어학원을 다니면서도 별개의 영어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2009년 토플 주관기관인 ETS는 한국인의 스피킹 실력이 세계 136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10년 이상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쏟는 한국인의 영어에 대한 열정에 비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성적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인재의 필수 요건 역시 실용영어, 즉‘스피킹 실력’이다. 문법과 단어에 그친‘죽은 영어’가 아닌 ‘살아 있는 영어’를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해결책이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영어 교육업계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기존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할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

일례로 2015년부터‘영어 말하기 능력 평가’가 추가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수능영어를 대체하고, 삼성그룹, CJ그룹,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500여개 기업에서 취업 및 승진시 토익스피킹, 오픽(OPIc) 등 영어말하기 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이에 대비해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리얼리티를 살린 영어교육 학습법이나 가상체험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 등이 등장하고 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학습이 가능한 다양한 영어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IT 기술을 접목해 언제 어디서나 더욱 생생한 영어를 경험케 하려는 교육업계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앞으로 영어에 대한 중요성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점점 더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영어 교육의 과열이 부른 조기 어학연수 등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그로 인한 외화 유출은 개인적,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이제는 지금까지의‘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영어 공부에서 벗어나‘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글로벌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당당한 한국인의 모습을 전 세계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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