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선도은행들의 장점을 벤치마킹 하고 역량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도 금융위기 이후 도약에 성공한 글로벌 금융그룹을 롤모델로 꼽고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미국 내 소매금융의 강자인 웰스파고 은행을 모범으로 꼽았다. 웰스파고의 수익 중 비이자 수익이 50%에 육박하는데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수익 중 비이자 수익 비중이 20%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수치라는 것이다.
웰스파고의 높은 비이자 수익은 교차상품의 판매에 있다. 웰스파고는 한 명의 고객에게 최대 8개의 교차상품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 교차판매 실적이 고객당 5개를 넘어서고 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우수고객기준으로 대략 3개 안팎의 상품을 교차판매하고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교차판매가 많다는 것은 예금, 대출 이외의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은행과 비은행간의 긴밀한 협업에 의한 시너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산탄데르은행, HSBC 등 2~3곳을 롤모델로 꼽았다. 나날이 복잡해지는 글로벌 금융변화와 국내은행이 처한 특유의 금융환경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은행이 롤모델이라고 꼽지 못하지만 벤치마킹을 통해 역량을 키워나갈 필요는 있다는 점에서다.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 은행은 소매금융의 강점에 기반한 업무와 글로벌화 전략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HSBC의 경우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해외지역 다변화 추진을 통해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규모 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캐나다의 리딩뱅크 RBS 같은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 수익을 지속한 은행도 있다”며 “파생상품 등에 역량을 투입하기보다는 전통적인 분야에 집중한 결과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사례도 주목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산탄데르은행을 지향하는 롤모델로 꼽았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적극적인 M&A를 통해서 글로벌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도 현지의 역사적, 문화적 환경에 동질감을 갖고 영업을 하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며 “남미 대륙에도 지점이 많은 경쟁은행(센트럴히스파노 은행)을 인수해 교두보를 마련한 뒤 IB 등 생소한 분야보다는 원래 강점이 있던 개인 소매금융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싱가포르개발은행(DBS)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DBS는 ‘아시아 최고은행’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개인금융 확대, 인수합병(M&A), 아시아 위주의 해외진출을 통한 성장을 추진했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엔 우편저축은행을 인수했고, 이듬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민영화 작업을 거치면서 상업금융회사로 변모해 지금의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의 면모를 갖췄다. DBS는 최근 ‘더 그레이트 차이나’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 대만 등으로 영역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한편 높은 중기대출 비중과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롤모델을 찾기 어려운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의 핵심역량에 기반한 적극적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중기대출 시장의 리딩뱅크 위상을 강화하고 중소기업금융 연관영역의 신시장 개척과 선점을 통해 독보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