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는 일본 후지쯔와 이화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K(일본명 게이(京))’가 차지했다.
K는 미국 테네시대학과 독일 만하임대학으로 구성된 NERSC(National Energy Research Scientific Computing Center)가 발표한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Top500 List)’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 만든 슈퍼컴퓨터가 1위를 차지한 것은 2004년 ‘지구 시뮬레이터’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K는 내년 완성될 예정이지만 일부 성능 시험에서 1초 동안 8162조회의 계산 능력을 달성했다. 이는 Top500에 오른 다른 슈퍼컴퓨터의 2배에 달하는 속도이며, 작년 11월 조사 때 1위를 차지한 중국의 ‘천하1호A’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속도다.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한 슈퍼컴퓨터는 2위를 차지했다. 미국 IBM도 K와 유사한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해왔으나 이번에는 K에 밀렸다.
슈퍼컴퓨터에서 중국을 꺾고 1위로 올라선 일본은 만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경제 규모에서 세계 2위 자리를 내준지 반년 만에 자존심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이화학연구소의 노요리 료지 이사장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면서 “일본의 산업기술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이 증명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노요리 이사장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다.
일본의 국가 프로젝트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K의 개발비는 건물까지 포함해 총 1120억엔이 투입될 전망이다.
한때는 과도한 개발비를 이유로 계획 변경과 예산 삭감 논란도 일었지만 노벨상 수상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가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K 개발팀은 슈퍼컴퓨터를 실생활에 널리 응용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슈퍼컴퓨터는 일기예보와 고속의 주식거래, 무기 안전성 테스트 같은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개발팀은 앞으로는 지진과 쓰나미 등을 예측해 자연재해에서 인명을 보호하거나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차세대 에너지 개발에도 유용화한다는 방침이다.
NERSC는 매년 6월과 11월 두 차례 Top500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