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낙하산 인사의 법칙

입력 2011-07-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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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부국장 겸 증권부장

낙하산 CEO의 정의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권력을 잡은 쪽의 정치인 또는 관료나 군 출신이 경력이나 전문분야와 무관하게 기용된 경우’를 낙하산 CEO로 정의한다. 정의상으로 볼 때 낙하산 CEO는 분명 바람직스럽지 않다. 전문분야와 무관하게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으니 조직에 민폐를 끼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낙하산 CEO를 부정만할 수 는 없다. 현실적으로 낙하산은 일종의 통치행위다. 권력을 잡으면 새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수 천개씩 생기는 현실에서 낙하산을 무조건 배척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때문에 통치권자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인사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 통치권자가 자기 사람을 배려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관이나 기업 입장에서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내심 힘 있는 인사가 왔으면 바라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낙하산은 매번 구설(口舌)에만 오르지 없어지질 않는다. 아니 없어질 수 없다.

정권 후반기에 들어선 요즈음 모르긴 해도 새 낙하산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 현 정권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마련했던 인사들은 “어느새 세월이 지났구나”하며 아쉬움과 허망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낙하산이 부정할 수 없는 실체라면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낙하산=무능력’이라는 공식이 참이 아니라면 낙하산이라고 무조건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몇몇 학자들이 낙하산 CEO에 대해 자질 검증을 한 결과 낙하산과 능력과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 특성상 전문직을 필요로 하는 자리인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아무나 보내는 건 비난받아야 하지만 관리자가 필요한 곳이라면 낙하산이라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실제 낙하산 CEO 중에서는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린 인사도 많다. 일례로 공무원에서 변신한 모 회사 CEO는 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살려내고 10년 가까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와 관련 많고 많은 자리를 다 검증 할 수 도 없을 뿐 더러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자리는 지켜줘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무조건 자리가 생겼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발전, 조직의 발전을 생각하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 분야는 대표적인 낙하산 배타구역 중 하나다. 많이 발전했다고 자랑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곳이 금융 분야다. 아니 낙후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금융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인재와 전문지식이기 때문에 경영인의 역할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아쉽게도 금융기관은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낙하산 착지지대다. 농반진반으로 ‘생계형 CEO’란 말이 등장하고, ELW가 뭔지도 모르면서 법원에 불려가는 CEO가 있다는 것은 인사 낙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낙하산 수요가 많더라도 보호해 줄 곳은 보여주자.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맡겨 놓는 게 바람직하다면 그 자리는 없는 셈 치고 그쪽 방식대로 인사가 이뤄지도록 놔두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낙하산을 떨어뜨리더라도 최소한의 양식(良識)은 지켜야 한다. 자리를 억지로 만들기 위해 사정(司正) 바람을 동원한다거나 ‘표적 감사’를 하는 건 국가의 격(格)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실제 행선지 파악을 위해 승용차 네비게이션을 뜯기고 법인카드 접대 상대를 일일이 확인당한 CEO가 있어서 하는 말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집권 후반기인 만큼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했으면 하는 것이다. 설령 전문지식을 필요치 않는 자리라 해도 자리마련을 위한 인사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막판까지 악착같이 자기사람을 챙기는 모습은 임명권자나 임명대상자 모두에게 덕(德)이 안 된다. 특히 임명 대상자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그 자리가 가시방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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