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간 극적 타결로 회사의 정상화 작업이 진행되던 한진중공업에 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개입하면서 ‘노-사, 노-노’ 갈등을 심화시키는가 하면 부산 민심마저 갈라놓고 있다.
반년에 걸친 파업과 직장폐쇄 등 극단적인 대치 끝에 어렵게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낸 한진중공업이 희망버스 등에 의한 ‘불필요한 외부세력’ 개입으로 정성화 문턱에서 좌절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진重, 정상화 신호탄 쐈지만= 지난 6일 존폐 위기에 몰렸던 한진중공업이 3년 만에 선박 수주에 성공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무려 6개월 간 계속된 파업을 종결짓고 극적인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신규 수주에 성공한 것이어서 그 의미는 컸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08년 이후 3년 가까이 계속된 영도조선소의 수주 부진을 씻게 됐으며, 상선과 특수선 두 부분에서 동시에 신규 일감을 확보했다. 중소형 컨테이너선과 각종 특수선을 수주해 영도조선소를 차별화하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장기간 파업으로 선주사에서 발주를 꺼려왔는데 노사가 원만히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이후에야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은 회사 측의 정리해고 조치에 반발해 노조가 파업을 벌인 지 반년 만인 지난달 27일 노조 파업 철회 및 업무복귀를 조건으로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 서명했다. 정리해고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정리해고 전 회사에서 실시한 희망퇴직 처우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장기 파업으로 경제적 타격과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던 많은 노조원도 노사 합의를 환영했다. 노조는 “3년 간의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생활이 피폐해졌고, 죽음의 공장으로 변하가는 영도조선소를 방치할 수 없어 총파업 철회와 현장 복귀를 선언한다”며 노사 합의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노사의 뜻과는 상관없이 정치권과 금속노조 등 외부세력의 개입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금속노조는 “정리해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사 합의 결과가 잘못됐다”며 합의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우려와 비판 ‘적지 않다’= 한진중고업 사측은 노사가 장기간 대립 끝에 어렵게 합의의 끈을 잡은 시점에 외부 세력이 분열을 조장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한진중공업은 물론 하청업체들과 지역경제에 대한 타격도 커질 수 밖에 없가 때문이다.
지역경제와 하청업체들을 위해서라도 한진중공업 사태는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2500여명이던 한진중공업 하청업체 직원은 현재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때문에 오는 30일로 예정된 ‘3차 희망버스’의 부산 방문에 부산지역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3차 희망버스는 1차 700여 명, 2차 7000여 명보다 참가 인원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소가 있는 영도구 주민에 이어 이번엔 시민단체들도 희망버스 부산행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역에서 조선소로 가는 핵심 도로인 중앙로와 영도구 일대가 2차 때 극심한 교통 체증을 보인 데다 시위 소음으로 주민 불편이 많았다.
때문에 ‘희망버스 대 한진중공업 사측 용역’ ‘희망버스 대 경찰’이었던 1, 2차 충돌과 달리 이번에는 지역주민과의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외부세력의 개입이 강화되면서 사태가 악화되자 허남식 부산시장 등도 기자회견을 갖고 “2차 희망버스 행사 때문에 시민이 큰 불편을 겪어 안타깝다"며 "노사가 이미 합의한 만큼 모든 문제를 노사에 맡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역시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외부 세력 개입을 강하게 비판하며 “3차 희망버스에서 불법 행위가 일어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사태에 대한 대응 수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진중공업 사태 대응에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지난 14일 손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민생현장 방문프로그램의 첫 방문지로 한진중공업을 선택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사태가 다시 악화하면 회사와 근로자, 부산 경제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외부세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사 합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