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제품 출시 전략이 글로벌 경기상황과 맞아떨어지면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더블딥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전략 소형차를 잇따라 출시했거나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출시한 소형차들은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리먼쇼크가 발생한 이후 2009년 한해 동안 수익을 낸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는 독일 폭스바겐과 한국의 현대기아차, 그리고 미국시장에 막 진출한 일본 스바루 정도였다.
독일 폭스바겐은 한때 대형차 페이톤을 앞세워 미국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참패했고 이후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전략을 앞세워 다시금 소형차와 친환경 고연비차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08년 불어닥친 경기침체 속에서도 다양한 소형차의 선전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 무렵, 중소형차에 집중했던 현대기아차 역시 경기침체 속에서 빛을 발했다.
일본차에 뒤질게 없는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나섰고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겠다는 독특한 마케팅까지 앞세워 미국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렸다. 이같은 마케팅은 GM과 포드가 잇따라 벤치마킹하면서 자동차업계의 마케팅 교과서로 간주되기도 했다.
시장 확대와 동시에 경기회복세를 틈타 곧바로 고급차 시장에 뛰어든 전략도 주효했다. 지난 2009년 미국시장을 겨냥한 고급차 ‘제네시스’를 론칭한 현대차는 그해 북미오토쇼 ‘올해의 차’타이틀까지 거머쥐면서 중소형차 중심의 제품전략을 고급차로 확대해 나갔다. 경기회복세를 제대로 이용한 셈이다.
이듬해인 지난해 역시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모던 프리미엄’을 앞세워 에쿠스를 미국시장에 론칭하는 등 고급차 전략은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미국발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는 다양한 소형 신차를 론칭을 했거나 올 가을 론칭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미국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 엑센트는 출시 3개월 만에 소형차 부문 1위에 올랐다. 이어 유럽을 겨냥해 오는 10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략형 해치백 i30이 풀모델 체인지로 거듭난다.
기아차도 프라이드 후속 모델(수출명 리오)을 올 가을 출시할 예정이다. 유럽 전략형 모델로 개발된 신형 프라이드는 중국시장을 겨냥한 소형 세단(K2)의 모습으로 지난봄 공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이렇듯 현대기아차의 중소형 신차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시기적절한 제품 전략에 다시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같은 제품전략에 대해 현대기아차의 짧아진 라이프사이클, 즉 신차 출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나의 모델을 개발하고 약 7년 주기로 풀모델 체인지를 내놓는 여느 자동차 업계의 제품전략과 달리 현대기아차는 이 주기를 5년으로 줄이면서 시장상황에 맞는 적절한 모델 출시를 내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경기상황에 맞춰 우연하게 맞아떨어진 제품전략이 아닌, 다양한 모델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개발중에 있고 개발 막바지에는 당시 경기상황에 맞춰 출시 시점을 조정한다는 의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수출시장의 경우 환율 등에 따라 제품 출시시점이 조정된다”며 “경기상황을 예측해 차를 출시한다기보다 최종 데뷔에 이르면 출시 시점을 일정 부분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급 소형세단과 스포츠 쿠페, AWD 모델 등을 개발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