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매트릭스(Matrix)’ 조직의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회장과 은행장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 도입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데다 내부 분란만 부추기고 회장의 권한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에 이어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매트릭스는 각 계열사의 공통된 사업부문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수평적 조직체제를 의미한다.
신한지주는 이날 이사회 워크숍을 열어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확정과 함께 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논의한다.
우리금융 역시 매트릭스 도입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가동했으며, 다음달 말까지 ‘큰 그림’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각 부문장을 거느리는 지주사 회장이야 은행에 지나치게 편중된 권한을 줄일 수 있어 매트릭스가 반갑겠지만 은행장은 심사가 편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같은 관계”라며 “이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들이 매트릭스에 더욱 집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한지 3년째인 하나금융의 경우 김정태 하나은행장의 권한이 축소된 반면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에게는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경우 은행장이 BU(비즈니스 유닛)장을 겸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역할 축소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은행장으로서의 역할은 과거(매트릭스 도입 전)보다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매트릭스 도입을 밝히자마자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은행장의 갈등설이 터져나왔으며 신한지주 이사진에서도 신중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매트릭스 조직 도입은) 행장의 권한을 줄이고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