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주주배당을 둘러싼 고배당 문제로 국내 금융지주회사들과 감독당국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으로 둬야한다는 감독당국과 투자자 유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금융지주사들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자리를 갖고 “현재 상황에서 금융지주사의 고배당 추진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일 뿐더러 내후년부터 적용되는 바젤3 기준에 맞추려면 배당보다는 자기자본 확충에 신경써야 한다는게 권 원장의 주장이다.
이에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지주사에 대한 배당 규제가 좀 더 풀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지주사들의 배당금 증액을 견제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것에 대해 어 회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고배당과 관련해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경고성이 짙은 발언을 해왔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업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배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기업 경영의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이나 지주사들이) 배당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우리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국내까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주주가치 실현보다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권 원장이 지적한 금융지주사의 배당성향이 일반 상장사 평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4곳의 지난해 배당금은 모두 7448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사별로는 신한금융지주 3556억원, 우리금융지주 2015억원, 하나금융지주 1456억원, KB금융지주 41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별 배당성향을 보면 하나금융(14.5%)을 제외한 KB금융 46.61%, 신한지주 24.62%, 우리금융 16.86% 등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평균 16.25%을 상회했다.
KB ·신한·우리금융의 배당금 증가율은 순이익 증가율보다 컸다.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83.64% 줄었지만 배당금은 47.83% 감소에 그쳤다. 우리금융의 순익은 16.47% 수준으로 증가한 반면 배당금은 150% 급증했다. 신한지주의 순익증가율은 82.29%였으나 배당금은 87.5%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이 불안한 만큼 예전과 같은 수준에서의 배당은 자제해야 한다는 권고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지주회사들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