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수수료 인하실시를 두고 외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10월 들어서도 대형 백화점들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가 곧바로 주요 백화점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여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합의’를 이뤘지만 실시시기 및 인하폭 등 전반적인 합의시행에 대해 선뜻 결론을 내지 못해 합의문의 10월 실행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업계 내부적으로도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공정위가 ‘반강제적 수수료 인하 합의’에 이어 ‘영업이익 포기 카드’까지 내놓자 해도 너무한다는 반발이 심했던 탓이다. 차라리 ‘직권조사를 받는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공정위를 향해 날선 속내를 드러냈다.
공정위는 최근 유통업계에 제시한 ‘중소기업 판매 수수료 인하 폭을 영업이익 5~8% 규모가 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업계로부터 된서리를 맞았다. 앞서 지난 6일 맺은 ‘중소업체에 받는 수수료 3~7%포인트 인하’합의에 대해 백화점업계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지 못하자 초강수를 둔 셈인데 이에 백화점 측이 따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는 정작 구체적 실행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애초 합의안과 다른 과도한 요구를 강요한 공정위의 방침을 따르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가 애초 발표내용과 달리 영업이익의 10%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이기 때문에 애초 일정대로 10월부터 동반성장안을 시행은 어렵다”고 말했다.
합의문의 10월 시행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공정위도 잔뜩 독이 올랐다. 백화점 업게는 10월4일 이후 공정위의 직권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직권조사라는 칼을 뽑아들면 그냥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도 최근 2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중소 협력업체에 돌려주는 방안을 공정위에 제시했으나 공정위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영업이익 7948억원의 10% 수준을 요구하면서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직권조사를 받아들이겠다는 분위기다.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준비중이라는 첩보가 있어 초긴장 상태에서 조사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중소기업이 높은 수수료율로 인해 손해를 보는지 이익을 내는지에 대해서는 조사할 생각을 안하고 당장 수수료가 높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며 “공정위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을 깨달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측은 “유통업체들이 지난 9월 합의한 대로 판매수수료 인하를 하지 않으면 직권조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10월 판매수수료 인하분은 어차히 11월에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형백화점들의 합의사항 이행 여부는 11월이나 돼서야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공정위 직권조사는 위법한 사실이 있을 때 시행하는 것인데 유통업체 판매수수료 관련해 아직까지 위법하다고 신고가 접수되거나 적발된 사항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