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승자의 독식, 자본주의 미래논쟁 시작됐다

입력 2011-10-10 11:00 수정 2011-10-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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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받는 자본주의]<上>1%에 대한 99%의 반란…월가서 세계로

▲사진=AP/연합
“자본주의는 악이다(Capitalism is Evil).”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에서 불고 있는 반자본주의 시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처음엔 젊은청년들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이뤄지던 시위였지만 한달여가 지난 지금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헤지펀드계의 재왕 조지 소로스를 비롯해 워런 버핏, 노벨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경제전문가인 제프매드릭 등 사회 명망가들까지 지지하고 나서면서 시위는 정당성을 등에 업고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 = 자본주의는 인간의 소유욕, 탐욕을 추진력으로 삼기 때문에 사회적 총량이 한정돼 있는 부(富)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자유시장을 강조한 ‘전통자본주의’를 시작으로 정부의 개입과 규제, 복지를 강조하는 ‘수정자본주의’, 민간의 자율을 중시하는 ‘신(新)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돼 왔으나 자본주의 근본은 역시 ‘사적 소유 인정’과 ‘자유 경쟁’이다.

이는 결국 경제발전이라는 과실과 함께 독점자본 형성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곪아 터진 결과가 현재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대중 시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1%의 탐욕이 부른 월가 시위 = 소득 1%를 제외한 나머지 99%라는 시위대의 구호는 바로 승자의 독식을 낳은 자본주의의 모순에서 비롯됐다. 월가 시위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자본주의를 지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부가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있으며 부자들은 부를 지키기만 할 뿐 나눠주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다.

실제 월가를 움직이고 있는 CEO들은 어마어마한 연봉과 보너스를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이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기사회생한 이후 월가 CEO들의 돈 잔치는 상상 이상이었다. 리 오닐 메릴린치 회장은 회사 손실을 책임지고 물러나면서까지 1억달러가 넘는 퇴직금까지 챙기기도 했다.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고 삶의 희망을 마저 사라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책임을 져야 할 월가의 금융인들은 보너스 잔치를 통해 부를 독식하자 99%의 서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 시위 주도하는 젊은 청년들 = 월가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는 자본주의 비판 시위의 또 다른 배경은 심각한 청년실업이다. 올 초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자스민 혁명과 지난 여름 영국, 스페인 등에서 일어난 소요사태 모두가 청년 실업이라는 비슷한 맥락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고용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이는 각국 청년들을 길거리로 나오게 만든 배경중 하나라는 것이다.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5~24세 청년실업률은 18.9%로 집계됐다.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경우 16~19세 실업률은 24.5%며, 24세 이하 대졸자 실업률은 12.1%다. 전체 평균 실업률인 9.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도 청년 실업률은 20.4%다. 전체 실업률 9.3%의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청년 실업에 대한 이들의 분노는 단순 미래에 대한 상실감을 넘어 금융위기를 일으킨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특히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았던 금융인과 그들을 옹호하고 있는 정부에 까지 불만이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 분배의 자본주의 패러다임 시작 = 월가에서 시작된 반자본주의 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승자의 독식 자본주의에서 분배의 자본주의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글의 법칙으로 고질화 된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을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시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또 확산하고 있지만 찻잔속에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약간의 모순점이 있다고 해서 통째로 들어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점을 바꿔나가기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않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시키는 등 부의 분배를 확산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 즉, 승자의 독식이 지배하는 현재의 자본주의에서 분배의 자본주의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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