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중대 기로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처음으로 국회에 협조를 공식 요청한데 이어 미 의회가 12일 처리키로 하면서 우리 국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당장은 13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논의가 시작된다. 다만 이런 와중에도 여야 모두 당내 온건-강경파가 맞서며 주장이 엇갈려 내부 교통정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외통위에 계류 중인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해 13일 전체회의 논의를 시작으로 14일과 17일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18일 상임위 의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어 28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상임위 차원의 구체적 일정을 짜놨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미 FTA 처리를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일정이 빠듯하다”고 밝혔다.
반면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런 일정은 유기준 개인 의원의 주장일 뿐”이라며 “조속히 처리해야 한는 건 맞지만 야당과의 협상 진행상황을 보아가며 해야지 날짜를 미리 못 박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10+2 재재협상안’을 요구한 민주당 사정도 마찬가지다.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 등은 무조건 반대보다는 다소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미 의회가 우선 처리할 경우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반해 정동영 최고위원 등 비주류 측에선 ‘노선갈등’까지 촉발시키며 한미 FTA의 ‘전면적 재협상’을 요구 중이다.
양당 논의 테이블의 창구단일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비준안 자체는 외통위가 처리하지만 여야 합의로 구성한 ‘여야정 합의체’가 별도로 가동 중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별도의 기구까지 제안했다.
한미 FTA 피해대책과 관련해 일부 중재안이 제시되는 등 협상이 진척되는 듯 보이면서도 난항이 거듭되는 배경에는 이 같은 오락가락 행보도 한 몫 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야당의 재재협상안 항목 10개 중 3개에 대해선 우회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과 투자자 국가소송 제도 무효화 등에 대해선 미 정부에 서한협조를 검토하고, 중소상공인 보호대책으로 예산이나 기금마련책도 제시를 검토 중이다. 국내 문제로 통상절차법 제정과 무역조정지원 제도 강화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대안을 들고 온 적이 없다”며 공식제안을 먼저 요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처리할 경우 물리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한미FTA 전면 무효를 주장한 민주노동당에서는 이미 물리적 대응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만약 물리력을 동원하려 한다면 국회가 허용하는 절차를 통해 단호히 막겠다”고 강력대응을 천명, 여야 간 대규모 충돌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