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하면 발효 뒤 3개월 내에 미국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
민주당은 이를 논의하기 위해 16일 오전 비공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협상파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ISD 재협상을 약속했고 미국 또한 재협상 가능성을 비쳤기 때문에 이제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 지도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했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재협상 후 비준을 하고, ISD를 폐기해야 하며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이미 쐐기를 박았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이 오죽 급했으면 일방적으로 찾아 왔겠나. 서두를 일이 아니다”라며 “비준 전 ISD를 폐기하라는 말에 동감한다”고 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여러 의견이 있으니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하자”고 중재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노력이 여야 내부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으면서 막판 대타협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15일 여야 대표·원내대표 간 회담에서 ‘先비준 後재협상’ 카드를 내놓으며 “미국이 뭐라고 하면 책임지고 미국을 설득하겠다”고까지 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대한 합의처리’한다는 기본적 입장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각각의 당내 여론 모아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 협상파도 더욱 힘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한미 FTA 발효즉시 ISD 재협상을 약속할 경우 비준안 처리를 저지 않으며, 한나라당 의원은 이를 민주당 당론으로 정하면 강행처리 않겠다’는 이른바 ‘여야 8인 서명’ 동참의원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8명으로 시작해 벌써 9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들의 세가 늘어날수록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움직임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계기로 한미 FTA 비준안을 조속한 시일 내 처리할 것”이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꼭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상파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 또는 퇴장할 경우 한나라당 단독으로는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협상파가 비준안 처리의 캐스팅 보트를 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