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 사회가 동거와 혼외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방적으로 바꿔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해 화제다.
김영철 KDI 연구위원은 16일 ‘미혼율의 상승과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방향’이란 보고서에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저출산 문제가 방지된 유럽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개방적 생활양식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 주요국들은 아시아 선진국들처럼 여성의 학력상승과 경제활동 증가로 결혼시기 자체는 지연됐으나, 이성 간의 파트너십에 근본적인 변화가 형성되면서 결혼지연 현상이 출산율 급락을 직접적으로 야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동거가 일반화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에도 이성 간의 공동생활이 아시아 국가들보다 이른 나이에 가능해지고 혼외출산이 확산하면서 결혼 지연에 따른 저출산 문제가 방지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분석의 근거로 유럽 주요국들에서 성인(25~45세)의 가정 형태를 보면 절반가량만 혼인생활을 영위하는 반면 4분의 1은 혼자 거주하고 있으며 나머지 4분의 1은 동거상태로 생활하고 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혼외출산율은 1980년에 11% 수준이었으나 2008년에는 35%를 넘어섰으며, 출산율이 1.7명이 넘는 서유럽과 북유럽 일대의 국가들은 혼외출산율의 비중이 40~60%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혼외출산 비중은 2%를 넘어서지 않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초저출산의 고비를 넘어서고자 한다면 다양한 방면에서 전 사회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우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문화적 토대가 젊은 여성의 변화된 경제활동욕구에 상응해 개방적으로 재조정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거에 찬성하는 비율이 80%로 나타나 젊은이 사이에 동거에 대한 관용적 태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반면 기성세대의 반대와 외부 시선에 대한 부담감으로 실제 동거를 택하는 청년인구는 매우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서 혼외출산한 미혼모는 사회적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취업이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도 차별과 불이익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동거나 연애 중 임신한 경우 대개 낙태를 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미혼율의 상승과 결혼시기의 지연, 비혼 인구의 증가에 대응해 이런 변화가 초저출산의 함정을 가져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은 절실한 상황”이라며 “언론과 시민사회가 기성세대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젊은이의 유연한 생활양식이 부작용 없이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그는 혼례의 간소화, 배우자 선택조건의 변화, 결혼에 따른 여성 불이익 해소, 가정친화적 기업문화의 조성, 가정 내 성역할의 재조정 등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미혼율 상승에 따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