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100억달러(약 11조3160억원)에 이르는 채무 상환 기한을 앞두고 채권단과 조정에 나서 주목된다.
두바이는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38억달러 규모의 채무 3건을 원활히 이행하기 위해 자국 우량은행에서 20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부채가 100억달러로 추정되는 가운데 두바이가 채무 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두바이는 2년여 전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직면해 세계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가 UAE와 수도 아부다비로부터 200억달러를 지원받아 위기를 겨우 모면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 채권단과의 직접 협상으로 사태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두바이의 채무 이행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두바이는 무역과 관광에서 회복세가 보이고 있지만 내년 채무 상환에는 여전히 리스크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를 맞는 두바이의 채무는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산하 부동산 개발회사인 두바이 홀딩 커머셜 오퍼레이션스 그룹(DHCOG)은 내년 2월 만기를 맞는 5억달러 규모의 채무를,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인베스트먼트는 내년 6월 만기가 도래하는 12억5000만달러의 이슬람채권을, 두바이월드의 일각인 제벨 알리 프리존은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20억달러의 이슬람 채권을 각각 떠안고 있다.
무디스는 두바이가 한정된 재원과 자산 매각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DHCOG와 DIFC, 제벨 알리 프리존 3사에 대해 계속 디폴트 리스크가 높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또 두바이의 전체 채무가 1015억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686억달러는 정부 관련 기업이 갚아야 할 몫으로 추정했다.
두바이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모든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내년 상환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금이 풍부한 복수의 국부 펀드가 정부 관련 기관에서 부실 자산을 매입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두바이 정부는 또 정부계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가 올해 예정한 250억달러 규모의 채무 재편을 지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령 57’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령은 두바이월드가 채권단의 3분의 2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을 조건으로 채무 재편을 허가하는 것이다.
무디스는 사실상의 디폴트에 해당되는 상환 계획 조정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투자가의 신뢰가 한층 더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의 데이비드 스테이플스 중동 기업 재무부문책임자는 “디폴트가 발생하면 두바이 기간산업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