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들이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유럽계 은행의 자금회수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자금을 대거 확충했다. 정부가 외부의 지원없이도 은행들이 3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한데 따른 것이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잔액은 지난 10월 말에 견줘 40% 가까이 증가했다. 올 중순부터 금융위가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평가)를 진행하자 은행들이 외화자금을 크게 늘렸다.
금융위는 정확한 외화유동성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18개 은행 대부분이 금융위가 요구한 ‘3개월 기준치’를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은행권에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재정난을 겪는 ‘깁스(GIIPS: 그리스(G)와 아일랜드(I), 이탈리아(I), 포르투갈(P), 스페인(S))를 비롯해 유로 지역의 국채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 은행들은 현재 6%인 핵심자기자본비율(Core Tier1)을 내년 6월까지 9%로 높여야 한다. 이 비율을 맞추려면 대규모 증자나 위험자산 축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유럽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돈에 대한 회수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외국계 은행의 국내 은행에 대한 익스포저(대출과 채권투자 등 위험노출)는 913억달러다. 이 가운데 유럽계 은행이 550억달러로 60.2%에 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로존의 상황이 호전돼야 테스트 기준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