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획재정부 업무 계획의 3대 핵심은 ‘위기관리’와 ‘민생 안정’,‘미래 대비’이다.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일단 위험을 극복하고 위기에 취약한 서민의 생활을 돌보되, 성장 잠재력도 키워 위기 이후의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최우선시함으로써 눈에 띄는 신선한 정책은 별로 없다. 새로운 정책을 양산하기에는 안팎의 상황이 가변적이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유로존·이란·선거 리스크 관리…대외 결제 원화 비중 확대 = 재정부는 올해 경제에 ‘복합 위험’이 닥쳤다고 판단했다.애초 유럽 재정위기, 북한, 선거 등 ‘3중 위험’이라고 규정한 바 있지만 북한이 빠지고 이란발(發) 원자재 리스크가 들어갔다.
이란이 북한 변수보다 컸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북한 변수를 관리할 부처가 재정부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가장 큰 충격이 예상되는 외환부문을 보면 자본유출입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 시 규제를 강화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은행 부문의 외채 증가를 막고자 2010년 10월 도입한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 규정상 포지션 한도를 최대 50%까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미국 이란제재법의 예외나 면제국 지위를 받고자 미국과 협의하고 원유 수입선 다변화도 추진한다. 현재 9%대인 이란산 원유 수입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가계 부문에선 직불형 카드 등에 대한 소득공제 우대를 검토하고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일 방침이다.
재정 부문을 보면 올해 일몰이 되는 90개 비과세·감면제도 가운데 정책효과가 미미한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한다. 공기업의 정부 배당규모도 지난해 4339억원에서 올해 6500억원으로 늘린다. 산업은행 지분 10% 가량을 하반기에 상장하고 기업은행 1조원 규모의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재정 165조 상반기 집행…3단계 비상계획 가동 = 경기 둔화에 맞서 상반기 재정 집행률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60%로 늘린다. 상반기 재정집행 실적은 2009년 64.8%, 2010년 61.0% 등 금융위기 때 60%를 웃돌다가 2011년에는 56.8%로 낮아졌다.
내년 집행관리 대상 사업비 275조원 가운데 165조원이 상반기에 풀린다.취약계층 일자리 사업도 동절기 고용 위축을 고려해 1분기에 조기 집행한다.
필요하다면 주택기금 등의 기금운용계획을 바꿔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을 지원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을 2011 회계연도 세계(歲計)잉여금으로 조기 정산하기로 했다.
상황 악화에 대비한 3단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도 손질 중이다.
단계별 대응을 보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1단계에는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탄력적인 거시정책을 편다.
자금경색이 오고 실물경기가 둔화하는 2단계에는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재정집행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경기를 보완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 시중에 원화와 달러 유동성을 푼 것과 같은 내용이다.
3단계는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실물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때는 금융기관 자본확충과 외화 확보에 나서게 된다. 거시정책은 '확장적'으로 바뀐다.
성장률이 1~2%대로 하락하면 일자리, 사회안전망, 중소기업ㆍ자영업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겨냥한 추가경정예산을 짜게 된다. 한미 통화 스와프는 3단계 초반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2단계 막판에 시행될 수도 있어 보인다.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은 “현 단계로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1단계”라며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두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야 할 때다. 위기를 이겨내고 서민과 함께하겠다. 미래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