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기업은 몇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마케팅 및 관리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있고 조직의 방대함, 핵심역량 분산, 저부가가치형 생산구조 등이 한계다. 대기업의 노화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벤처와의 상생’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이것은 올해 ‘벤처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벤처 아이디어 투자와 관련, ‘제1회 아이디어마켓 플레이스’행사를 열었다. 이날 포스코는 벤처 창업 지원을 위해 3년간 총 2600억원을 조성하는 협약식을 가졌고, ‘벤처(Venture)’와 동반성장을 의미하는 ‘파트너스(Partners)’를 조합해 ‘포스코 벤처 파트너스(POSCO Venture Partners)’를 만들어 벤처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준양 회장은 이 날 행사에서 “포스코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한국 벤처생태계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S&C는 지난해 '2011 대한민국 벤처·창업대전'을 통해 한화S&C와 신사업 공동발굴을 희망하는 100여개 벤처 기업의 신청을 받았다. 한화S&C는 벤처기업 보유기술조사 등의 심사과정을 통해 최종 30개의 벤처기업을 선정, 각 분야별로 상담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 발굴과 공동 R&D 및 마케팅을 통한 해외진출 등의 협력모델을 발굴·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 대기업이 벤처에 손 내미는 이유
지난해에 이어 벤처기업의 올해 화두는 대기업과의 ‘상생’이다. 자금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의 지분투자가 반갑다. 자금 확보와 함께 안정적인 주주와 우량 비즈니스파트너 확보라는 여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벤처기업은 도전정신과 주도권을 장악하는 능력은 우수하나 조직화가 부족하고, 대기업은 규율과 부가가치를 추구하는데 비해 대기업병에 전염되기 쉽다”며 “조직간 협력, 국가를 초월한 선진 초우량기업간의 협력은 경영의 효과적인 관리면에서 대응력을 갖게 하는 경쟁무기다”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좋은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구입해 다양한 신규사업을 전개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엄청난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중소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 전문 벤처기업인 아이솔테크놀로지·젠피아등과 손잡고 고성능 MRI 시장에 뛰어든다고 8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과 함께 연간 6조원(2010년 기준)대 세계 MRI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보수시스템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썬패치테크노(대표 김정수)는 글로벌기업과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 케이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학 전문회사인 독일의 BASF사의 개발품인 썬패치(Sun Patch)를 공급받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LG Philips의 반도체설비와 포항제철, 광양제철 등 국내 유수의 공장시설의 보수를 맡고 있다. 썬패치테크노는 글로벌 기업과의 상생을 꾀함으로,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던 인력과 자금문제를 해소 했고 최근 특허 2건을 취득하는 등의 성과를 이뤘다.
◇‘먹튀’ 등 해결과제도 존재
대기업과의 협력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먹튀’대기업이 아직도 존재하고 생각과 조직의 구조적‘갭’을 우선 극복해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의 유망기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적으로 침해하거나 이전해가고 있다는 토로가 꽤 많다. 광고 플랫폼 회사를 운영했던 한 대표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무차별로 침해해가는 사례가 많다"며 "이것은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머니게임에 희생된 회사만 있는 건 아니다. 대기업이 인수해 성공한 사례가 많고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공정원가를 줄이고, 불량품을 감소시키는가 하면 생산성을 향상시켜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기업 사례도 많다. 동반위 정영태 사무총장은‘방법론’에 대해 말한다. 그는“벤처와 대기업의 상생을 위해서는 기업 트렌드가 기업 대 기업이 아닌, 기업 네트워크 대 기업 네트워크간의 경쟁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정 총장은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하며, 또한 오픈이노베이션 등 방법론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양금승 소장은 “대기업과 벤처기업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각계가 함께 서로의 경쟁력을 높여 중소· 벤처기업을 글로벌 강소·중견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