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에게는 끔찍한 2011년 이었다. 정부에 대한 요구로 촉발된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요구’는 학교에 대한 원성으로 옮겨 붙으면서 사립대학의 부실과 부도덕이 도마에 올랐다. 이후 대학을 둘러싼 갈등을 막고 대학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부조리한 사립대학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속속 드러난 사립대학의 상황은 심각했다. 학교 재정을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무능함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 액수의 적립금을 곳간에 쌓아 두고 있었다.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으로 신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등이 따뜻한’ 생활을 해 왔다.
정부도 부실대학을 지정해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한편 2개의 대학을 퇴출시키며 대응했다. 대학의 퇴출은 이번을 포함해 해방 이후 세 번에 불과한 것으로 정부로서도 강수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책이 대학의 부실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대학 재단의 부도덕한 운영을 정면으로 겨누지는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 살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운영수입은 크게 △등록금 △정부 보조금 △재단 전입금 △기부금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151개 대학의 2010년 교비회계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운영수입 중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이르지만 재단 전입금은 3.7%에 불과했다.
사립대 재단은 대학 재정에 투자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재단이 최소한의 규정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 학교는 수익을 내고도 대학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국가로부터 교육사업을 위임받은 사학 운영자는 그 책임과 역할에 충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나라 사학재단은 대학에 대한 지원이 없다고 할 정도로 책임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매년 등록금은 더 걷었으면서도 교원1인당 학생수나 도서관 좌석 확보율 등 교육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여전히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 모여 수업을 듣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를 보면 2006년 31.7명이었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010년 30.1명으로 1.6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도서관 시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도서관 좌석당 학생 수는 2006년 10.7명에서 2010년 11.4명으로 오히려 0.7명 늘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방의 A대 이사장 일가는 총 3개 법인을 설립해 대학 2곳과 고교 2곳을 운영하면서 모두 160억 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지난 1996∼1997년 4년제 대학 설립자금으로 사용한 2년제 대학의 교비 횡령액을 반환한다는 명목으로 작년 7월 4년제 대학의 교비 65억7000만원을 다시 빼돌린 뒤 22억5000만원만 변제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이사장 일가의 아파트 구입 등에 사용했다.
횡령 전력이 있는 이사장의 배우자와 설립자를 부속 기관장으로 임명하고 고액의 보수를 지급한 대학도 있었다.또 대학 13곳의 직원 20여명이 학교 자금 18억 원을 횡령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국립대 한 총장은 총장 선거 시 공약을 이행한다며 2009년 정부의 인건비 동결 방침에도 불구하고 교직원 수당을 인상해 11억 원을 지급했고, 작년엔 아예 학생복지예산을 줄이는 대신 교원수당을 인상하는 등 편법 행위가 빈발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가 편 대학관련 정책은 정부의 취업률이 낮거나 학생에게 인기가 없는 대학을 찍어 내는 데 치중했다”며 “대학재단의 횡포와 부정에 대한 기능은 없는 반쪽짜리 정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