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복귀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공식석상 첫 마디는 “송구스럽다”였다. 그는 이어 그동안 주춤했던 교육혁신을 지속해 나갈 뜻을 밝혔다. 최근 문제가 된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113일만에 다시 교육청으로 돌아온 곽 교육감은 20일 함께 서울교육청 모든 간부와 산하 기관장이 참석하는 ‘서울교육협의회’를 임시로 열고 “사건의 진실과 실체를 떠나서 그 동안 저의 선택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서울 교육에 차질과 혼선을 빚어 송구스럽다”는 발언으로 시작했다.
그는 지난 4개월 간의 수감생활에 대해 “저를 걱정해주시고 끊임없이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몸은 갖혀 있어도 마음이 힘들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라며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는 성찰의 시간이자 다가오는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의 시간”이 됐다고 소회를 털어 놨다.
이어 곽 교육감은 교육철학에 흔들림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어제 집으로 가서 교육감 출마 당시 출사표. 작년 신년사, 취임 1주년사 등 제가 쓴 글을 읽어봤다. 한결같이 흐르는 것은 학생을 살리고 민주사회에 걸맞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감 기간 주춤했던 ‘곽노현표’ 교육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직무가 정지돼 있는 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주춤하고 멈칫했던 것들에 대해 무엇이 어디가 비어 있고 어디에 집중하고 어디를 바꿔야 하는지 더 뚜렷하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과 관련해서는 “지금의 상황은 교육 불가능의 상황, 황당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피해 당한 아이들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 한 가운데가 뻥 뚫리는 아픔을 느낀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가장 우선적 과제로 삼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참여위원회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학교폭력 문제는 아이들이 가장 전문가이다. 학생참여위 만들었는데 지역교육청별로 소집해서 아이들 목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지적한 후 “여기서부터 시작하겠다. 학생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면서 민주적 공동체를 재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자리에 배석한 교육청 간부와 기관장들에게 다시 한 번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자리를 비운 동안 전지구적으로 월가 점령 시위가 일어나고 SNS를 통한 유권자 시민참여의 지평이 열리는 등 변화가 일어났다”며 “이 모든 변화를 교육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2년의 사자성어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언급하며 “올바른 일을 함에 있어서 망설일 필요가 없다. 서울교육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시키기 위해 이 자리모두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조여 매자”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