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이 4일(현지시간) 실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 통과가 결국 무산됐다.
결의안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 요구나 시리아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등의 조항을 넣지 않는 등 서방과 아랍연맹(AL)이 제출한 초안보다 상당 부분 완화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결의안 통과가 예상됐으나 러시아와 중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유엔 투표를 앞두고 시리아 반정부 시위 거점 도시인 홈스에서 정부의 포격으로 200여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하는 등 유혈사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안보리 표결이 무산되자 서방에서는 일제히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표결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라드 아르도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도 “아사드 정권을 보호한 사람들을 역사가 가혹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대사인 피터 비티그는 “오늘 안보리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시리아 국민들은 또다시 좌절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시리아와 중동 국민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유엔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개월 동안 시리아 사태로 54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반정부 진영 공식 기구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의 부르한 갈리운 의장은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는 알 아사드와 그의 정권에 살인면허를 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