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원장의 사회를 위한 충정과 고심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세상은 안철수재단이 어떻게 운영되느냐보다,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것이냐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세상의 기대대로 안 원장은 이날 또 정치적 발언을 했다. “우리 사회의 발전적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 지 계속 생각 중”이라며 “정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안 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즈음부터 알듯 모를 듯한 정치적 수사로 세상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기부와 정치적 행보는 구별해 달라’거나 ‘정치 참여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고 말한다.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신당을 만들 생각도 없다’, ‘지금 하는 일도 바쁘다’라던 지난 발언에 비하면 한발 더 정치에 다가섰지만, 여전히 ‘생각중’이란다.
‘어떤 일이 있어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한 마디면 될 일이다.
안 교수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안 원장은 명확한 입장표명은 않은 채 여론의 다양한 추측을 즐기는 듯 하다. 상황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는 지난해 “정치는 내 성격에 맞지 않다”면서도 “나 혼자 들어가서는 뭔가를 바꾸기 어렵다. 아무리 높은 자리라도 혼자 들어가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나오면 그거야 말로 인생낭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혼자로는 어려운 만큼, 세를 결집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고도의 계산된 정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발언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진 이후부터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 사재출연, 출연재산의 운영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미국으로의 출국,미국에서의 행보, 6일의 재단운영방향 기자간담회 등은 일련의 계산된 정치적 이벤트에 다름 아니다.
피선거권이 있는 이상, 안 원장이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서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할 상황은 아니다. 또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 만큼 특정 정치세력을 지원한다고 해서 안될 것도 없다.
그런데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한 안 원장의 말과 행동이 정치를 하기 위한 연기였다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안 원장이 그동안 주장했듯 사회발전을 위한 순수한 기부이기를 바라는 것이 필자의 진심이다.
안 원장의 충심을 왜 곡해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너는 사회를 위해 뭘 했느냐”고 물으면 별로 할 말은 없다.
내세울 거라곤 15년쯤 전, 지인의 권고를 받아 ‘사후에 장기와 시신을 기증하겠노라’고 약속한 게 고작이다. 내 장기로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신을 의대생들의 해부실습용으로 쓴들 어떻겠느냐는 마음이었다.
여기에 몇몇 사회시설에 조그마한 돈을 보낸 게 내가 사회를 위해 한 전부일 것이다. 물론 꼬박꼬박 세금을 낸 것도 사회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내가, 안 원장의 통큰 기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의 사재출연의 정신이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지금처럼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가 경계했던 여느 과시용 기부행위와 계산된 사재출연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안 원장이 사재출연의 순수했던 초심을 고스란히 지키고자 한다면, 정치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 덧붙여 지금과 같은 정치적 줄타리기도 그만두는 게 옳다.
/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