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투자협회 임원에 관(官) 출신 인사가 대거 선임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금투협 측은 민(民), 관을 떠나 철저하게 역량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노조는 관치금융을 규탄한다며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8일 임시 총회를 열고 상근부회장에 남진웅 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을, 자율규제위원장에 박원호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각각 선임했다.
부회장에 오른 남진웅 전 정책조정국장은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부 회계결산심의관, 정책조정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행시 동기다.
자율규제위원장에 선임된 박원호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과 금융투자서비스국장, 기업공시본부장(부원장보), 시장담당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금투협 부회장직은 회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3년 임기 보장에 연봉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금투협 1대 상근 부회장이었던 장건상 전 부회장도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특히 자율규제위원장의 경우 금융당국의 인가와 등록, 영업허가 업무 등을 자율규제 형태로 위임받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 회원사들에게는 제제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꽃감투’ 자리로 통한다.
이 자리는 회장과 마찬가지로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회원사 과반수 이상 출석에 출석자 중 과반수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금투협 노조 측이 문제 삼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연임 금투협 노조위원장은 인사가 나기 이틀전인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신임회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상근부회장이 내정됐다”며 “후추위의 추천을 받아야 할 자율규제위원장에는 감독원 부원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에 분노와 개탄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7일부터 금투협 1층 로비에서 철야농성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금투협 측은 민관을 떠나 철저하게 역량을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항변한다. 앞서 박종수 회장은 “모든 것을 출발선에서 재검토해 회원사와 금융투자산업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역량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번 인사가 협회가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열린서비스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