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이하 하이닉스)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강력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태원 회장은 국민연금 등 하이닉스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책임경영을 맡게 됨에 따라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하이닉스 이사회는 14일 서울사무소에서 신임 사내이사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현 대표이사인 권오철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SK텔레콤은 이날 하이닉스 채권단 등과 진행한 하이닉스 지분 인수 대금을 납입하고, 계열사 편입 작업도 완전히 마무리했다. 인수 금액은 채권단이 보유한 6.38%(4425만주)에 대한 1조322억원과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 14.68%(1억185만주) 매입금 2조3426억원 등 3조3747억원이다.
최 회장은 이날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된 후 “책임을 지고 하이닉스를 글로벌 반도체기업으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일부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을 글로벌 리더십을 인정받으면서 세간의 불편한 시선을 직접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 경영을 책임지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은 그룹 전체 입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SK그룹은 이동통신과 정유 등이 주력 사업으로 ‘내수시장에서 독과점 사업으로 커온 기업’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국내 민간 대기업집단 중 자산 규모로 3위 수준이지만, 내수기업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전형적인 수출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의 경영실적에 따라 SK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최 회장의 책임경영 의지는 올해 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에서 확인된다. 하이닉스는 올해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4조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 이상으로 늘릴 수도 있다는 게 SK그룹의 방침이다.
특히 D램 사업에 치중해 온 하이닉스의 체질 변화를 위해 낸드플래시는 물론, 비메모리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세계 2위 메모리 업체에 만족하지 않고 1위 삼성전자와의 본격적인 경쟁도 불사하겠다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오너형 경영구조를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경영인의 능력을 재평가 받는 기회를 직접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