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엔·달러 환율이 연초대비 2% 이상 오르면서 금융시장은 엔화의 방향성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수출 업종의 체감 경기에 있어 부담이 될 수 있고 수출주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의 상승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20일 현재 엔·달러 환율은 79.74엔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지진과 유럽발 재정리스크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한때 75엔 수준까지도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이 지난해 7월초 이후 처음으로 80엔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최저가에서 대략 9% 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최근 엔화 약세 전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 것은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다. 지난 14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기존 55조엔에서 60조엔으로 확대했다. 일본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로 전환된 이후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달러 대비 엔화의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통화정책의 엔화 약세 환경 조성으로 재무부의 환시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화의 약세 전망이 보다 힘을 얻는 모습이다.
문제는 엔화의 약세 압력의 지속 여부와 강도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거나 상승 추세가 가팔라질 경우 국내 주요 수출주의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수출주는 우리 증시에 적지 않은 시가총액을 구성하고 있어 엔화 움직임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단기간 지속될 수 있으나 약세 기조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동안 일본 지진과 엔고 현상 등으로 인해 국내 수출과 기업들이 누려왔던 수혜 현상은 어느 정도 약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현상이 국내 주가 상승추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엔화 약세 현상보다는 원화 절상 흐름이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엔·달러 환율이 단순히 80엔 진입이 문제가 아니라 엔화의 추세적 약세기조, 즉 85엔 수준 이상으로 상승흐름을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변수"라고 말했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책당국의 인위적인 개입이나 무역적자 등으로 엔화가 잠시 약세를 보일 수 있으나 미국의 통화정책이 당분간 쉽게 변하기 어려운 만큼 그 이상의 추세를 형성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