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경착륙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8일(현지시간)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오는 24일부터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3년 만에 지준율을 내린 데 이어 두번째 인하 조치다.
이로써 대형은행의 지준율은 종전 21.0%에서 20.5%, 중소은행은 17.5%에서 17.0%로 각각 낮아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준율 인하 조치는 시중에 약 4000억위안(약 7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창젠 바클레이스캐피털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재정위기 악화와 중국 부동산 투자의 예상을 뛰어 넘는 둔화는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들”이라며 “인민은행은 올해 두 차례 더 지준율을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국가통계국은 이날 70개 대도시 중 47곳의 신규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했다고 밝혔다.
23곳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과 거의 변동이 없었으며 전월 대비 가격이 오른 곳은 한 곳도 없다고 국가통계국은 전했다.
70개 대도시 모두의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멈춘 것은 정부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 이후 처음이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동부 저장성 원저우시는 지난달 신규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0.6% 하락해 70개 대도시 중 가격 하락폭이 제일 컸다.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선전 등 4개 대도시는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부동산시장 냉각 등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부진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자동차업체 람보르기니의 크리스티앙 마스트로 아시아·태평양 담당 제너럴 매니저는 “올해 중국 내 판매는 전년 대비 20~30% 증가에 그쳐 전년 판매 증가율인 70%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은 지난달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긴축 고삐를 더욱 늦추려 해도 인플레이션 압력과 부동산 버블 우려로 그 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5%로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9일 “중국은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면서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취홍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CPI 상승률이 3% 이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안휘성의 우후시는 최근 부동산 취득세 면제와 주택 구입 보조금 지급 등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으나 중앙정부의 압력에 이를 철회했다.
이는 부동산시장 냉각으로 세수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지방정부와 부동산버블을 억제하려는 중앙정부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