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회사채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위기 심화로 은행이나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회사채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들의 채권 발행 규모는 140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홍콩 통신업체인 허치슨왐포아에서부터 인도 화학업체인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회사채를 발행했다.
HSBC의 고든 프렌치 글로벌 마켓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는 “기업들은 유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유럽 은행들이 아시아 기업들에 대한 대출 확대를 기피함으로써 유럽발 악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는 특히 가파른 성장을 보여온 신흥국 기업들이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출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저금리 환경 하에서 장기적으로 유리한 채권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아시아 은행들이 현재 달러에 대해 자국 통화 가치가 강세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채권 발행 붐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시장 혼란으로 인해 연기됐던 채권 발행이 재개되고 있는 것도 회사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아밋 라크와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디케이트론 책임자는 “세계적으로 은행들은 강화된 금융규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모델로 회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것이 대출 수요를 높이고 대출 비용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대출에 대해 “규모는 더 작아지고 상환 기일은 더 짧아졌다”며 “3년만기가 일반적이고 5년만기 이상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지난달 신디케이트론 규모는 106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의 243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WSJ는 현재 채권 투자자들은 넘쳐나는 자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자금들이 고수익이 기대되는 장기 채권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보제공업체인 EPFR글로벌은 올들어 지난 8일까지 신흥국 채권 펀드에 38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의 24%에 해당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