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가 회사채보다 우월하다?’
유로존(유로 사용 17국) 재정위기로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국채는 리스크가 적고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신용 리스크가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WSJ는 그러나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상황은 달라졌다며, 특히 그리스 국채 교환으로 국채보다 회사채를 보유한 사람이 더 우월한 지위에 서게 된 사실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정부는 22일 자국 국채를 보유한 민간채권단에 국채 교환을 정식 요청했다.
국채 교환은 2차 구제금융 패키지의 일부인 ‘민간채권단 손실분담(PSI)’을 이행하는 자발적 채무조정이다.
민간채권단은 보유한 액면가 2000억유로의 그리스 국채에 대해 53.5%의 손실률(헤어컷)을 적용해 1070억유로를 탕감해준다.
그리스 정부는 국채 교환 합의안에 동의하지 않을 채권자에 대해서는 강제로 국채 교환에 응하도록 하는 ‘집단행동조항(CACs)’ 도입을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CACs 도입이 결정되면 채권자는 강제적으로 국채 교환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스 구제를 주도한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와의 물밑 협상을 통해 CACs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리스 국채 450억유로분의 손실을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대신 민간 채권단의 손실은 그만큼 커진다.
WSJ는 그리스와 채권단의 이 같은 관계를 기업과 해당 기업 채권단의 관계와 비교했다.
WSJ에 따르면 그리스가 ECB에 특별 대우를 한 것처럼 회사채 발행기업이 기존 채권자 중 특정인을 특별대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회사 채무를 재조정할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회사 채권자는 압류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리스 채권자는 상환청구권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채 보유자는 채무 재조정의 일환으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주로서의 권리가 발생해 경영진의 쇄신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 채권자는 그리스에 정권 교체를 요구할 수 없다.
회사채가 국채보다 안전하고, 회사채 보유자가 국채 보유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WSJ는 그럼에도 그리스 등 유로존에는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영국 미국에서는 신용 리스크가 계속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기업에 부적절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WSJ는 대표적인 예로 양적 완화와 은행에 대해 유동성 자산으로 국채를 보유하도록 강요하는 자기자본규제를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