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을 맞아 소액주주들의 권리찾기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넥센그룹이 이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넥센그룹 계열사가 주주총회 안건에 ‘집중투표제 배제’ 안건을 올린 것. 회사측은 특정 의도가 있는 안건 상정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방법이 근원부터 차단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NN은 3월16일 정기주주총회를 소집한다. KNN은 넥센그룹 계열사로 최대주주는 넥센(30.36%)와 넥센테크(2.82%) 외 임원 등이 33.18%의 지분을 갖고 있다. KNN은 주총 안건으로 통상적인 작년 회계년도 재무제표 승인 외에 집중투표제 배제를 의안으로 상정했다.
문제는 회사 정관상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한다고 명기하는 부분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권 보호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선임한다면 주당 3개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3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1주를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3주가 된다는 계산이다. 이때 주주는 특정이사에 집중적으로 투표하거나 여러명의 후보에게 분산해 투표할 수 있다. 즉 이사 3명을 뽑을 때 한 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 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그동안 각 후보마다 별도로 한 표씩 주도록 돼 있어 지분이 많은 대주주가 절대 유리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도 의결권을 하나에 집중시켜 자기가 원하는 이사를 뽑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이 없는 경우 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소집이 있는 때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정부는 1998년말 상법을 개정해 기업이 주총의 특별결의로 배제하지 않는 한 이사의 선출을 집중투표방식으로 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도 있어 이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최근 ‘장하성펀드’라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 지배구조 개선펀드가 남양유업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주제안을 낸 것도 이같은 이유다. 남양유업은 현재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기하고 있다.
KNN 관계자는 “소액주주들과의 문제가 있는 회사들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지만 당사는 그런 의도를 갖고 정관을 개정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1998년 상법이 개정된 것을 모르고 있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알게 됐고, 코스닥협회의 조언도 있어 이번 주총에서 정관을 고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넥센과 넥센타이어, 넥센테크 등 넥센그룹의 상장사들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단 한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