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특허전쟁, 꼬리 내리는 애플

美 ITC 소송 일부 취하

삼성전자는 애플이 자사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했던 특허 침해 소송 일부를 취하했다고 15일 밝혔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ITC에 제기한 소송 7건 중 1건을 취하하고, 2건에 대해서는 적용 범위를 축소했다. 취하한 1건은 스마트폰 모서리에 달려있는 볼륨 조절 버튼(푸시 버튼)의 작동 메커니즘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애플을 상대로 ITC에 소송 5건을 걸어둔 상태다. ITC가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 해당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ITC는 오는 5월 정식 심리를 앞두고 소송 당사자들에게 소송 내용을 정리·압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애플의 일부 취하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특허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애플의 특허 취하에 대해 “푸시 버튼 관련 특허는 승산이 없었기 때문에 애플이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이 꼬리를 내린 반면 삼성전자는 15일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에서 진행된 애플과의 특허 소송에서 부분 승소하며 위협강도를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이날 표준특허 심리에 앞서 프랜드(FRAND)·특허소진 이슈에 대해 “퀄컴 칩에 대해선 삼성이 애플 측에 특허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소진됐지만, 인텔 칩에 대해선 소진이 안됐다”며 “삼성이 프랜드 이슈로 판매 금지를 요구할 수는 없으나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프랜드는 ‘공정·합리·비차별(Fair·Reasonable·Non-Discriminatory)’이란 뜻으로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권자라 하더라도 경쟁업체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번 판결은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이 심리를 진행하기 전 특허 침해 여부를 미리 가려보는 예비 판결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향후 삼성의 특허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라며 “추후 예정돼 있는 재판에서 애플의 특허침해를 명확히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에도 ‘아이폰4S’와 ‘아이패드2’가 자사의 상용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애플이 삼성전자에 합의를 제안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직후 이뤄졌다. 애플이 자세를 낮춘 반면 삼성은 강공을 택한 것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특허를 쓰지 않고서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어렵다. 반면 이들 삼성전자는 애플의 특허를 우회해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